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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신평 “전기車, 가격 인하없이 대중화 어려워”

조용석 기자I 2020.09.25 14:57:07

NICE신용평가, ‘전기차 및 배터리 전망’ 온라인세미나
정부지원 줄이면 전기車 가격부담↑…“확산 어려울수도”
전기차 배터리, 중기적 공급과잉…재무부담 우려
“배터리 3사, 기존 사업 현금창출력 따라 신용도 차이”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전기차의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지 않으면 대중차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전기차의 궁극적인 경쟁상대는 대중차보다는 고급차가 될 것이란 예상이다. 또 국내 배터리 3사(LG화학(051910), 삼성SDI(006400), SK이노베이션(096770))는 기술 및 양산능력 확보로 상위사업자 지위를 유지하겠으나 대규모 투자로 인한 재무부담이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NICE신용평가(나신평)은 24일 ‘전기차 및 전기차 배터리 산업 전망’을 주제로 온라인으로 진행한 세미나에서 이같이 전망했다.

◇ “정부 지원 줄이면 전기車 가격 부담…고급차와 경쟁”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차는 최근 5년간 연평균 15.9%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주요 자동차시장 전망기관들은 2030년 전기차 판매량이 2500만~4400만대를 예상하며, 연평균 25~30% 성장률과 25~40%의 시장점유율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전기차 시장 확대의 가장 큰 걸림돌은 가격 경쟁력이다. 전기차 가격은 소형 모델이 4000만원을 상회하며, 벤츠·아우디 등의 순수 전기차는 1억원에 달한다. 비슷한 가격대의 가솔린 자동차와 비교할 때 상품성이 떨어진다.

최중기 나신평 기업평가1실장은 “지금까지의 전기차 판매는 정부의 보조금 지급과 세금 감면 등으로 실질 구입 단가를 크게 낮추었기 때문”이라며 “전기차는 내연기관에 비해 작은 충전비용으로 이동할 수 있고 오일류 등 소모품 교체 부담이 작은 장점이 있으나, 짧은 주행거리와 부족한 충전소, 장시간의 충전시간 소요 등 불편사항을 감수해야 하며 아직까지 규모의 경제에 이르지 못해 고장 등으로 부품교체 시 높은 수리비용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원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배터리팩은 공급량 증가 및 기술발전에 따라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주요 연구기관들은 지난해 기준 1kWh당 156달러 추정된 배터리팩은 2030년에는 1kWh당 100달러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나신평은 이 같은 전망이 모두 리튬, 니켈, 코발트 등 배터리 주요 원재료 가격이 현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가정에 근거한다고 지적했다. 원재료 생산지 및 매장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할 경우 가격 상승이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을 볼 때 배터리 가격이 예상대로 저렴해지지 않을 수 있단 얘기다.

나신평은 “정부는 지원 예산을 무한정 늘릴 수 없고 각종 세제혜택에 따른 세수감소도 고려해야 하기에, 전기차 판매량이 증가할수록 차량당 지원수준을 축소할 수 밖에 없다”며 “정부의 전기차 지원 혜택 축소로 소비자의 구입 부담이 현재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경우, 향후 판매량 전망도 급격한 증가 없이 지금까지의 추세가 이어진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저소득 국가의 충전 인프라 확보 어려움 등도 전기차 확산의 걸림돌이 될 것으로 봤다.

나신평은 전기차 산업의 불확실성이 현대차(005380)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최 실장은 “현재 고가인 전기차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지 않을 경우 대중차 시장에 폭넓게 진입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전기차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중저가인 대중 중심의 라인업을 보유한 현대차그룹은 현재의 주요 고객층과 전기차 고객층과의 차별성 높을 것으로 보이는 점을 감안할 때 그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신규 출시 전기차와 현대차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와 경합을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 “배터리, 중기적 공급과잉 예상…재무부담 커질 수도”


나신평은 전기차 수요보다 전기차 배터리 회사의 공급 능력이 훨씬 빨리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포화 시장이 되면 배터리 업체 사이에 가격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어 매출 및 영업이익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송미경 나신평 기업평가2실장은 “(전기차 배터리의)중기적인 공급과잉이 예상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변동요인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공급과잉 예상되는 가운데 투자확대 기업은 투자자금 회수 지연에 따라 재무부담이 가중될 수 있는 것도 시사점”이라고 설명했다. 또 배터리 주요 원료인 리튬·코발트 등 원가 변동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도 배터리 기업의 주요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

다만 사고 발생 시 대규모 리콜 등으로 이어져 큰 영향 받을 수 있는 자동차 산업 특성상 차세대 배터리가 개발된다고 해도 현재 시장을 빠르게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결국은 현재 기술력과 양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배터리 3사 등이 상위사업자로서 유리할 수 있는 얘기다.

재무전망과 관련 LG화학에 대해서는 2018년 이후 배터리 사업 중심 투자가 급증했으나 석유 사업 업황 저하로 재무부담이 큰 폭으로 확대됐으며 현재 등급 변경 검토 지표가 하향 구간에 진입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다만 배터리 부문 분사 및 기업공개(IPO) 가능성을 고려하면 재무부담이 기존 전망 대비 다소 완화될 것으로 봤다.

SK이노베이션은 주력사업인 정유가 대규모 적자 중인 상황에서 배터리 투자를 외부차입에 의존하는 형태로 유지할 것으로 예상, 재무부담 확대에 따른 하향 압력이 높다고 봤다. 반면 1조원 수준의 보수적 투자를 진행 중인 삼성SDI는 현 수준의 재무안전성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송 실장은 “국내 배터리 3사는 기술 및 양산능력 확보로 상위권 시장 지위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기존 사업에서의 현금 창출능력에 따라 신용도 변화 차이 보일 예정으로, 이를 모니터링해 각자 신용등급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나신평은 LG화학에는 AA+(안정적), 삼성SDI에는 AA(안정적), SK이노베이션에는 AA+(부정적)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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