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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한국전쟁 70주년 연설서 美 정조준…"침략에 맞선 정의로운 전쟁"

김보겸 기자I 2020.10.23 14:15:26

23일 항미원조 참전 70주년 기념식 대대적 개최
中 주석 2000년 장쩌민 이후 20년 만에 연대 올라
"중국은 평화 사랑하는 민족…美침략 맞서려 참전"
"가난할 때도 美이긴 中, 미국 두려워할 이유 없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항미원조 참전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사진=AF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예상을 깨고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움)’ 참전 70주년 기념식을 열고 연설에 나섰다. 시 주석은 과거 중국이 미국과 국력 차이가 컸을 때도 전쟁에서 승리한 만큼 국력이 커진 현재의 중국이 미국의 눈치를 볼 이유가 없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23일 환구시보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인민대회당에서 항미원조 참전 70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항미원조는 한국전쟁의 중국식 표현으로, 중국은 한국전에 참전해 미국군과 한국군을 상대로 첫 승리를 거둔 1950년 10월 25일을 기념일로 정해 매년 행사를 개최한다.

애초 항미원조 70주년 기념식은 미·중 갈등이 치열해지는 상황을 고려해 대대적으로 치러지지 않으리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시 주석이 이날 미국을 정조준해 견제 발언을 쏟아냈다. 중국 지도자가 항미원조 기념행사에 직접 연설한 건 2000년 장쩌민 주석 이후 20년 만이다.

시진핑 주석은 23일 항미원조 참전 70주년 기념식 연설에 나서며 미국을 정조준했다(사진=AFP)
시 주석은 40여 분가량 이어진 연설에서 6·25 전쟁에 대해 “미국의 침략에 맞선 정의로운 전쟁”이라며 “미국 정부는 글로벌 전략과 냉전 사고에 근거해 북한 내전에 간섭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이지만 제국주의 침략에 맞서 정의로운 전쟁에 나서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당시 중국과 미국은 국력 차이가 컸다. 이처럼 비대칭적이고 어려운 상황에서 중국 인민지원군은 조선군과 긴밀히 협조해 5차례 전투를 치렀다”며 “서구 침략자들이 수백 년 동안 동방의 한 해안에 대포 몇 대만 두면 한 나라를 점령할 수 있다는 생각을 깨뜨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북한과의 우호도 강조했다. 시 주석은 “항미원조 전쟁에서 북한군은 중국군과 생사를 함께하며 우정을 다졌다”며 “험난한 전쟁 중 조선노동당은 중국 인민지원군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중국 공산당과 인민해방군을 대표해 조선노동당에 감사를 표한다”고 전했다.

2017년 11월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미·중 기업 대표 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악수를 하는 모습(사진=AFP)
시 주석은 현재 미·중 갈등 국면에서도 과거 항미원조 정신을 계승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오늘날 중국은 두 개의 백 년(중국 공산당 창당 100년인 2021년과 신중국 건국 100년인 2049년) 목표 달성의 중요한 역사적 교차점에서 전면적으로 샤오캉(모든 국민이 풍족한 생활을 누리는 것) 사회의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다”며 “항미원조 전쟁의 고난을 뚫고 거둔 위대한 승리를 기억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발전을 위해 강력한 군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를 고수하고 발전시키려면 반드시 부국(富國)과 강군(强軍)이 필요하다”며 “중국군은 세계 평화를 지키는 확고한 힘이 될 것이며 패권을 행하거나 확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헀다.

또한 시 주석은 미국을 겨냥한 발언도 이어갔다. 시 주석은 “평화와 협력은 전 세계의 시대적 과제이기에 중국은 일방주의와 보호주의를 단호히 거부한다. 중국은 영원히 패권주의, 제국주의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의 연설을 두고 중국이 더는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환구시보는 “항미원조가 오늘날 중국인에게 남긴 중요한 유산은 중국이 가난할 때조차 미국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맞서 싸웠다는 것”이라며 “오늘날 이미 강대해진 중국이 미국의 탄압을 두려워할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중국 퇴역군인사무부에 따르면 한국전쟁에 참전한 중국군은 240만 명으로 그 중 19만 명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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