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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의 고급차 전략 통했다"..제네시스, 국내시장 석권

이승현 기자I 2020.12.27 16:02:45

11월까지 누적 9만6084대 판매..첫 10만대 돌파 목전
벤츠·BMW 등 유명 수입차 브랜드 가뿐하게 제쳐
G80 5만대, GV80 3만대 넘어서며 성장세 이끌어
GV70 흥행몰이에 전기차 출시로 내년 전망도 '맑음'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올해는 정의선(사진)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고급차 전략이 빛을 발했다. 현대차그룹의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가 사상 처음으로 판매 10만대를 돌파했기 때문이다. 제네시스의 주력 세단 G80과 첫 SUV GV80이 판매 성장세를 이끌며 국내 고급차 시장을 석권했다.

‘돌풍주역’ G80, 판매 10위진입 아깝게 놓쳐

27일 현대차에 따르면 올 1~11월까지 제네시스 브랜드의 총 판매량은 9만6084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5만2096대)보다 84.4% 증가한 성과다. 제네시스 브랜드가 월 평균 8700대씩 판매된 것을 생각하면 연말까지 10만대 돌파는 확정적이다.

특히 제네시스는 올해 국내 고급차 시장에서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등 수입차를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수입차 판매 1위인 벤츠는 11월까지 6만 7333대를 판매했고 2위인 BMW는 5만2644대를 팔았다. 제네시스의 판매량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실적이다.

▲제네시스 G80. (사진=현대차)
지난해까지만 해도 제네시스는 벤츠의 판매량을 넘어서지 못하고 고급차 시장을 내줬다. 지난해 벤츠는 7만8133대를 판매해 제네시스보다 2만1332대나 더 많은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제네시스의 판매를 주도한 모델은 G80과 GV80이다. 지난 3월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이 출시된 G80은 사전계약에서 하루 만에 제네시스 브랜드 역대 최고인 2만2000대를 기록하며 흥행을 예고했다. 이후 꾸준한 인기를 이어가며 11월까지 누적 판매 4만9420대를 달성하며 올해 5만대 돌파를 눈앞에 뒀다.

특히 G80은 제네시스 브랜드 최초로 베스트셀링카 10위 진입까지 노렸으나 뒷심부족으로 안타깝게 11위에 그쳤다. 9월까지는 올해 누적판매 기준으로 3만913대로, 10위인 기아 셀토스(4만274대)의 뒤를 바짝 따라붙으면서 10위권 진입이 유력해 보였다. 셀토스에 비해 G80의 월 평균 판매량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아 카니발(8월 완전변경 모델 출시)과 현대 싼타페(6월 부분변경 모델 출시) 등이 신차 효과로 판매가 증가하면서 11월 기준으로 G80의 판매량을 앞섰다. 카니발은 5만7118대로 9위, 싼타페는 5만2260대로 10위다.

사전계약 하루만에 1만대 GV70, 내년 ‘기대주’

올 1월 출시된 GV80 역시 사전계약부터 돌풍을 예고했다. 사전계약 하루만에 1만5000대를 넘어서며 브랜드 최초 SUV에 대한 기대감을 증명했다.

지난 6월 엔진떨림 현상으로 인해 디젤 모델 출고가 일시 중단되며 4~5월 월 평균 4000대 이상을 보이던 판매량이 8월 1810대까지 떨어졌으나 연말 들어 판매량을 회복하면서 11월(3258대)로 다시 3000대선까지 판매량이 늘었다. 11월까지 누적판매는 3만745대다. 다만 G90과 G70은 각각 9218대와 6686대가 판매되며 전년 동기 대비 42.5%, 56.8% 줄었다.

▲제네시스 GV70. (사진=현대차)
내년에도 제네시스의 인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12월에 첫 중형 SUV GV70이 출시되면서 흥행몰이에 나섰다. GV70은 사전계약 하루만에 계약 건수가 1만대를 넘어섰다. GV80의 기록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불황이 장기화되고 비수기인 12월에 출시된 점을 감안하면 만족할만한 성적표다.

G80과 GV80의 인기가 여전해 내년에도 판매량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도 이 두 차량의 대기 기간(차량 계약 후 인도받기 까지 기간)이 3개월에 달할 정도로 수요가 꾸준하다. 여기에 내년에 제네시스 브랜드 최초의 전기차 출시가 예정돼 있어 시장 장악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제네시스는 내년 전용 전기차 플랫폼(E-GMP)을 적용한 전기차 JW(프로젝트명, CUV)와 G80 기반의 파생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원희 현대차 사장은 최근 열린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제네시스는 전용 전기차 모델 및 기존 라인업 일부의 파생 전기차 출시를 계획 중”이라며 “앞으로 중국과 유럽 시장까지 진출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고급라인의 전동화 모델을 투입해 럭셔리 친환경차 이미지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정의선 회장이 수석부회장 시절부터 추진해온 고급화 전략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까지 미흡한 해외판매가 보완될 경우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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