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한한령 상시화 가능성..홍콩·대만에 '우회로' 구축해야"

윤종성 기자I 2020.05.27 05:04:00

KOFICE 최근 발간 '한류, 다음'
한한령 해제 기대감 커졌지만…
"이전 상태로 복원되긴 힘들 것"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그룹 빅뱅 지드래곤에 이어 블랙핑크 리사가 중국 현지 브랜드 광고모델에 발탁되면서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해제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중국 직접 진출 외에 홍콩, 대만 등을 통한 우회로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자국 대중문화산업을 키우고 싶어하는 중국이 언제든지 정치·외교적인 이유를 들먹이며 한한령 카드를 꺼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임대근 한국외국어대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최근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가 발간한 ‘한류, 다음’ 책자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중국 한류 체증의 돌파구, 어디에 있나?’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임 교수는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가 해결돼도 중국 내 한류가 (한한령) 이전 상태로 복원되긴 힘들 것”이라며 “중국은 한한령을 상시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중국이 언제든 한한령 카드를 꺼낼 수 있는 만큼 한류가 직접적으로 중국에 진출할 수 없는 상황을 대비해 우회해서 진출할 경로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는 얘기다. 최우선적으로 고려할 우회 경로는 중국어권 문화소비의 중심지인 ‘홍콩’이다. 1960년대부터 약 30년간 아시아 대중문화를 선도했던 홍콩은 문화적 보편성과 특수성을 갖고 있어 중국 우회 진출을 위한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는 평가다. 그는 “한류는 홍콩이 과거 대중문화를 선도했던 경험을 십분 활용해야 한다”면서 “홍콩은 중국이 새로운 대중문화를 수용하는데 있어 길목 역할을 담당했고, 중국 소비자도 이런 홍콩의 특성을 잘 인지하고 있어 해외 대중문화의 진입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우회 경로로는 대만을 거론했다. 대만 인구는 한국의 절반(약 2380만 명) 수준에 불과하지만, 문화콘텐츠 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크다는 분석이다. 국제 통계사이트인 월도미터에 따르면 대만 전체 인구의 78.9%인 1880만명이 도시에 거주하며, 평균 연령은 42.5세에 불과해 문화콘텐츠에 지갑을 열 가능성이 높은 국가로 분류된다. 특히 한국 문화와 한류 콘텐츠에 대한 소비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임 교수는 “대만은 중국문화와의 동질성과 이질성이 공존하는 중화권 문화 시장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면서 “대만을 통해 일종의 지렛대 효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홍콩과 대만은 일본, 중국과 함께 아시아권에서 한류의 중요한 시장으로 꼽히고 있다. K팝 아티스트들이 아시아 투어 콘서트를 할 때 빼놓지 않는 시장이면서 한류 드라마들의 주요 수출국이기도 했다. 이 지역을 단순히 하나의 시장으로만 볼 게 아니라 중국 진출의 교두보로 삼아야 한다는 의미다.

‘역진입’ 방식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국 대중문화의 해외 진출에 목말라 있는 중국 정부가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활발하게 문화콘텐츠의 생산· 유통이 이뤄지는 한국 시장을 ‘테스트 베드’로 활용하도록 유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진입 없는 진출은 비정상적이고 불가능한 것인데, 우리는 지나치게 진출에만 치중해 왔다”면서 “상대방의 효율적인 진입을 도와줌으로써 성공적인 진출이 가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주링허우(九零後·1990~1999년 출생 세대), 링링허우(零零後·2000~2009년 출생 세대) 등 앞으로 중국의 문화시장 소비를 주도할 소비자들이 한류에 대한 호감도를 계속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은 여전히 한류의 매력적인 시장”이라며 “한한령이 상시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우회 경로를 통해 중국으로 진입하는 노선을 반드시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