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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금감원, 장밋빛 홍보자료 쏟아낸 헬릭스미스에 '경고'

박종오 기자I 2020.11.30 04:03:00

헬릭스미스, 부실펀드 투자 논란 후 홍보자료 밀어내기
금감원 제출서류에 기재한 투자 위험은 쏙 빼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최근 부실 사모펀드 투자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된 코스닥 상장 바이오 기업 헬릭스미스(084990)가 금융 감독 당국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회사가 장밋빛 전망을 담은 홍보 자료를 밀어내기식으로 시장에 배포해 투자자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헬릭스미스는 누적 적자로 인해 관리 종목 지정 위기가 불거져 연내 1000억원대 신규 투자금을 모집하기 위한 유상증자를 추진 중이다.

29일 금융 투자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헬릭스미스에 구두 경고를 했다. 이 회사가 투자자의 착오가 생길 수 있는 보도자료를 외부에 집중 배포하자 이를 자제하라는 취지에서다.

헬릭스미스는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대규모 적자가 발생해 상장 폐지 후보인 관리 종목 지정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연내 주주 배정 유상증자를 추진 중이다. 신주 750만 주를 새로 발행해 기존 주주와 외부 투자자로부터 1061억원을 추가 조달, 관리 종목 지정 위기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감원으로부터 유상증자 신고 서류(증권 신고서)를 심사받는 과정에서 부실 사모펀드 투자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을 낳았다. 헬릭스미스가 최근 5년간 사모펀드 등 고위험 금융 상품에 투자한 금액은 2643억원이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문제는 이 같은 논란이 불거진 후 회사 측이 투자 위험을 쏙 빼고 호재성 정보만 담은 보도자료를 외부에 집중해서 뿌렸다는 점이다.

헬릭스미스가 부실 사모펀드 투자 논란이 제기된 지난 10월 19일 이후 최근까지 배포한 보도자료는 17건에 이른다. 이중 부실 투자와 대주주 주식 매각 등에 관한 회사 측 해명을 제외한 대부분이 신약 임상 진행 상황과 낙관적 개발 전망 등을 담은 홍보 자료다.

이달 들어 지난 23일까지 배포한 홍보성 보도자료만 10건으로 이틀에 하나꼴이다. 과거 신약 개발 현황 등 홍보 자료 배포 건수는 지난 8월 1건, 9월 5건, 10월 4건에 불과했지만 최근 그 수가 급증한 것이다.

또 헬릭스미스는 주주 등에게 회사의 입장을 설명하는 해명 자료에도 “관리 종목 지정 가능성은 매우 낮다”, “상장 폐지 가능성은 언급할 필요가 없다”, “자금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는 등 금감원 제출 서류에 적은 투자 위험과 상반된 내용을 담았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상장사에 관한 허위 사실을 알리는 것은 자본시장법(178조)이 금지하는 부정 거래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헬릭스미스는 최근 주가 흐름이 회사의 신규 투자금 조달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감한 상황이다. 유상증자 신주 발행가격이 신주 배정 기준일로부터 한 달여 전인 올해 10월 중순부터 기존 주주 청약 예정일인 12월 중순 사이 주가를 반영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회사 입장에선 호재성 정보를 통해 주가가 올라갈수록 신규 주식을 비싸게 발행해 더 많은 투자금을 모집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금감원은 헬릭스미스가 유상증자를 완료할 때까지 증권 신고서에 기재한 내용을 제대로 지키는지 감독하겠다는 방침이다. 헬릭스미스 측은 금감원 경고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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