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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코앞인데"…원격수업에 때아닌 `고3 깨우기` 전쟁

신중섭 기자I 2020.12.02 00:02:00

방역위해 지난달 26일부터 전국 고교 원격수업
긴장 가득한 교실 사라지고 전화로 잠깨우기 바빠
고3 교사들 "수능 준비하면서 처음 겪는 일"
"수능일 컨디션에도 영향 미칠까 우려스러워"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오는 3일 치러지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일주일 전부터 전국 고교가 원격수업에 돌입하면서 교사와 학생들이 때아닌 `잠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예년 같으면 학교 시간표도 수능일과 비슷하게 편성하는 등 수험생의 생활리듬과 컨디션을 최고 상태로 끌어올릴 시점이지만, 올해는 1교시가 지나도록 전화로 출석 체크하기 바쁘다는 게 현장 교사들의 설명이다.

2021학년도 대학 수학능력시험을 30일 앞둔 지난달 3일 오전 강원 춘천고등학교에서 고3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원격수업 여파에 수능 코앞인데도 절반이 늦잠

1일 교육계에 따르면 일선 고교 교사들이 1교시 시작에도 일어나지 않는 고3 학생들을 깨우기 위해 한참 동안 전화를 돌리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수능을 코앞에 둔 풍경이라면 아침 일찍부터 교실 책상에 앉아 마무리 학습을 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떠오르기 마련이지만, 감염 예방을 위해 지난달 26일부터 수능까지 전국 고교가 원격수업에 돌입하면서 이러한 모습도 사라졌다.

학생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통 수능을 코앞에 둔 고3 수험생들은 생활리듬이나 패턴을 수능 당일과 비슷하게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 온종일 시험을 치러야 하는 만큼 체력·집중력이 꽤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 생활리듬이 수능일과 다를 경우 시험 도중 뜻하지 않게 졸음이 몰려오거나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 있다. 이에 수험생들은 평소부터 취침·기상 시간을 수능일에 맞추고 수능 시간표와 동일한 순서로 학습을 하기도 한다.

학교도 수능을 코앞에 두고는 학생들에게 시험 당일과 비슷한 학습 환경을 제공한다. 수험생들이 시험 당일 시간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수능 시간표에 종소리를 맞춘다. 뿐만 아니라 실제 고사장처럼 책걸상이 배치된 교실도 학생들의 환경 적응에 큰 도움이 된다.

현장 교사들은 전면 원격수업이 수능 방역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것에 동의하면서도 고3들의 막판 컨디션 관리에는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경남 한 고3 부장교사는 “30년간 교직 생활을 하면서 수능을 코앞에 두고 이처럼 많은 학생들의 생활리듬이 무너지는 걸 본 건 처음”이라며 “1교시가 이미 시작됐음에도 교실 학생 절반이 일어나지 않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학부모에게까지 연락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집중 안 돼 독서실 가자니 감염 우려”

교사들 사이에선 망가진 생활리듬이 시험 당일 컨디션에도 영향을 미쳐 성적 하락으로까지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의 한 고3 교사는 “고3의 경우 계속 등교수업을 해왔기 때문에 생활리듬에는 딱히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막판에 이렇게 생활리듬이 무너지는 학생들이 많아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능 당일 컨디션에도 영향을 미쳐 성적까지 떨어지진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학생들도 갑갑한 심정이다. 평소 자기 주도 학습이 가능하거나 부모님의 조력이 있는 경우 그나마 낫지만, 아무리 수능이 코앞이라도 집에 혼자 있는 경우엔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맞벌이 부모를 둔 한 고3 학생은 “평소 주변에서 함께 공부를 해야 집중이 되는데 집에 있으니 잡생각도 많이 들고 집중이 되지 않는다”며 “그렇다고 독서실이나 스터디카페를 가려 해도 혹시나 하는 감염 위험 때문에 꺼려진다”고 토로했다.

입시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여파로 시험 당일 상황에 변수가 많은 만큼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생활리듬·컨디션 관리에 유념하며 수능 준비를 마무리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이번 수능은 가림막이 설치된 책상에 대한 적응, 발열체크로 인한 시간 지체, 의심증상에 따른 별도시험실 이동 가능성 등 예년보다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며 “기존 수능처럼 8시10분까지 입실이지만 여러 변수에 대응하려면 평소보다 20~30분 일찍 도착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어려운 상황에서도 마지막까지 생활리듬 유지와 컨디션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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