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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용익의 록코노믹스]경기침체 땐 AC/DC 앨범이 잘 팔린다

피용익 기자I 2020.04.25 06:06:06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10월27일 영국 일간지 더 가디언은 흥미로운 기사를 보도했다. 영국 경제가 침체될 때마다 호주 헤비메탈 밴드 AC/DC의 앨범이 잘 팔린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영국은 경기침체 진입이 확실시되던 시기였다. 영란은행(BOE)이 글로벌 중앙은행들과 공조해 기준금리를 인하한다는 소식이 연일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AC/DC의 앨범 ‘Black Ice’가 28년 만에 영국 앨범 차트 1위에 오른 것은 바로 이 때였다.

1980년 AC/DC가 내놓은 앨범 ‘Back in Black’이 영국 차트 1위를 차지했을 때도 영국 경제는 심각한 위기 상태였다. 물가상승률이 20%에 달했고, 실업자 수는 200만명에 육박했다.

영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자 AC/DC 앨범 판매는 감소했다. 1985년 앨범 ‘Fly on the Wall’은 100만장 팔리는 데 그쳤다. 여전히 많은 규모이긴 하지만 ‘Back in Black’이 3000만장 판매고를 올린 것에 비하면 시원치 않은 성적이다.

그러다 1990년 영국 경제가 다시 침체를 향해 가자 AC/DC가 당시 발표한 앨범 ‘Razor’s Edge’는 불티나듯 팔렸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더 가디언은 “사람들은 불확실한 시기에 무엇인가 복잡하지 않고 의존할 수 있는 것을 찾게 된다”며 “록 음악에서 AC/DC처럼 복잡하지 않고 의존할 수 있는 밴드는 없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한 예로 AC/DC의 기타리스트 앵거스 영이 패션 유행과 상관없이 수십년 동안 언제나 ‘버릇없는 학생’처럼 옷을 입는다는 점을 들었다. 또 보컬리스트의 사망과 교체에도 불구하고, 블루스를 기반으로 한 록 음악 스타일이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더 가디언은 영국 경제를 예로 들었지만, 글로벌 경제로 시야를 넓혀도 AC/DC의 앨범 판매량과 경기의 상관관계는 성립된다. 1980년에는 미국 경제 역시 침체를 겪었고, 2008년 금융위기는 미국과 유럽, 아시아까지 덮쳤다.

2020년 세계 경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위기를 맞고 있다. 이번 위기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심각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때마침 AC/DC가 올해 발매를 목표로 새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AC/DC는 2016년 4월 보컬리스트 브라이언 존슨의 탈퇴 이후 건스 앤 로지스 출신의 액슬 로즈를 새 멤버로 영입한다는 소문이 있었으나, 2019년 말 존슨을 다시 불러들여 앨범을 작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C/DC의 새 앨범이 또 다시 영국 앨범 차트 1위에 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AC/DC의 기타리스트 앵거스 영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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