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구조조정]②“뼈 깎는 심정” 정원감축·통합…대학 구조조정 확산

신하영 기자I 2021.04.13 04:07:34

부산 신라대 내년도 입학정원 15% 감축계획 추진
장학금 내걸어도 신입생 모집 역부족에 감축 단행
부산외대·인제대·경주대도 정원감축·구조조정 착수
“정원 한번 줄이면 끝…모집유보제 도입” 주장도

[이데일리 신하영·오희나 기자] 올해 대학·전문대학의 신입생 모집에서 총 4만명에 달하는 결원이 발생하자 대학별 자체 구조조정도 확산되고 있다. 내년도 입학정원을 줄이는 대학이 있는가하면 학생 선호도에 따라 학과를 폐과·신설하는 곳도 있다. 또 학교 간 통합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생존을 모색하는 대학도 등장하고 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지방대학 고사 위기 등 고등교육 현안 관련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12일 대학가에 따르면 부산의 신라대는 최근 내년도 입학정원의 15%인 353명을 감축하기로 했다. 총 2183명의 정원을 내년에는 1830명으로 줄이는 것이다.

신라대가 정원감축에 나선 이유는 올해 대규모 미충원 탓이다. 신라대는 올해 개강 직전까지 추가모집에 나섰지만 최종 충원율은 79.8%에 그쳤다. 입학 후 1년간 학비 면제와 도서비 지원 등 250만원 상당의 장학금을 내걸었지만 미달 인원이 440명에 달하자 결국 정원을 줄이는 고육지책을 세웠다. 김병기 신라대 기획부총장은 “대입자원(고졸자·재수생 등) 감소로 내년도 입학정원을 15% 줄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인근의 인제대도 내년도 입학정원의 7.43%(151명)를 감축한다. 이 대학 관계자는 “지역 대학의 입학자원이 급격히 줄고 있어 현 정원을 유지할 경우 충원율 하락이 불 보듯 뻔하다”라고 말했다.

“차마 교직원 월급은 못 깎고…”

부산외대도 최근 내년도 입학정원을 최소 5% 이상 감축하기로 했다. 대학정보공시 사이트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부산외대의 입학정원은 약 1800명으로 최소 90명 이상을 줄이겠다는 의미다.

부산외대는 올해 추가모집에서 200명의 이상의 결원이 발생했다. 이는 입학정원의 11%에 달하는 규모다. 이 대학의 연간 등록금 수입은 지난해 기준 504억원으로 당장 50억원의 재정수입 감소가 예상된다. 이 대학 관계자는 “차마 교직원 인건비는 삭감하지 못하고 월 50만~60만원 정도의 보직교수 업무추진비를 삭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학 정원감축 바람이 부산에서 먼저 시작된 이유는 지역 내 학생 감소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2020년 교육통계에 따르면 올해 부산지역 고3 학생 수는 2만6137명으로 지역 내 대입정원(3만2014명)보다 5877명이나 적다.

서울이나 수도권 대학은 전국 각지의 학생들이 지원하지만 지방 사립대는 사정이 다르다. 어차피 입학원서를 낼 학생 다수가 동일 지역 안의 학생들로 한정되기에 서로 뺏고 뺏기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 내년에도 올해만큼 혹독한 충원난이 예상되자 대학들이 정원감축에 나선 이유다. 한 지방대 관계자는 “적어도 지방대 중 30% 정도는 내년도 정원감축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대학들이 정원을 줄여야 하는 이유 하나가 더 있다. 교육부도 평가를 통해 대학들의 정원감축을 압박하고 있어서다.

교육부는 이달 말 교육여건·성과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은 재정지원제한대학을 발표한다. 교육부가 선정한 사실상의 ‘부실대학’인 셈이다. 이들 대학은 교육부가 제시한 최저 기준인 △교육비 환원율 127% △전임교원 확보율 68% △신입생 충원율 97% 등 6개 지표 중 3개 이상을 충족하지 못한 대학들이다. 교육에 투자한 비용이 적거나 신입생 충원율이 낮은 대학일수록 낙제점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교육부로부터 부실대학으로 지정된 대학은 학자금대출·국가장학금 지원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정원을 줄일 경우 등록금 수입에서 타격을 받지만, 뽑지 못하는 정원을 들고 있어도 득 될 게 없는 셈이다.

대학 간 통합으로 생존 모색하는 곳도

최근에는 학교 간 통합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대학도 있다. 경북 경주의 경주대는 같은 학교법인 산하의 서라벌대와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경주대의 입학정원은 762명, 전문대학인 서러벌대는 235명이다. 현행 대학설립운영규정에 따르면 4년제 일반대학과 2년제 전문대학 간 통합 시에는 전문대학 쪽 정원의 60%를 줄여야 한다. 이 때문에 양 대학이 통합할 경우 141명의 정원 감축이 예상된다.

경주대가 대학 간 통합과 정원감축을 추진하는 이유도 충원난 탓이다. 이 대학은 올해 신입생 모집에서 160명 이상을 충원하지 못했다. 송영달 경주대 기획처장은 “2023년 통합 대학 신입생 모집을 목표로 통합논의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했다.

국립대도 대학 간 통합을 통해 생존을 모색 중이다. 부산대와 부산교대가 대표적이다. 양 대학은 학령인구 감소로 초등교사 신규 임용 규모가 축소될 것으로 보고 통합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양 대학의 통합이 성사되면 2008년 제주대와 제주교대에 이어 지역 교대와 국립대 간 두번째 통합사례가 된다.

대학 간 통폐합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향후 대학가에 확산될 전망이다. 앞서 경남 진주의 경상대와 경남과학기술대가 통합을 확정하고 오는 3월 ‘경상국립대’로 출범했다. 강원대와 강릉원주대도 통합을 추진 중이다.

황홍규 대교협 사무총장은 “대학은 한번 입학정원을 줄이면 다시는 늘릴 수 없기에 뼈를 깎는 심정으로 정원을 줄이고 있다”며 “교육부가 모집정원유보제를 도입, 학령인구 급감기에는 모집을 중단했다가 다시 사정이 나아지거나 대학원 정원 증원이 필요할 때 대학이 이를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 추계에 따르면 대입자원은 2024년 37만명으로 30만명대로 줄었다가 2026년 40만명대로 다시 늘어난다. 학령인구 감소세가 완화될 경우를 대비, 모집정원을 잠시 유보해달라는 요구다.

교육부 추계에 따르면 현재의 대학 입학정원이 유지될 경우 3년 후인 2024년에는 입학생이 12만3000여 명이 부족해져 지방대와 전문대부터 운영난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학 정원의 4분의 1 가량을 채울 수 없다는 의미다.(그래픽=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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