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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오징어게임? 우린 스우파 있다!’…실탄 채우는 티빙

김성훈 기자I 2021.10.15 02:00:00

토종 OTT 티빙, 1500억 유상증자 관심
3000억 FI 유치까지 4500억 수혈 나서
오징어게임으로 촉발된 경쟁 국면 속
'자금 수혈된다면 경쟁 자신 있다' 평가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콘텐츠 전쟁이라 쓰고 쩐의 전쟁이라 읽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의 흥행으로 국내 콘텐츠 판도가 출렁이면서 나오기 시작한 말이다. 넷플릭스의 아낌없는 제작 지원이 결실을 맺으면서 국내 OTT 업계에도 자금 마련을 두고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티빙(tving) 주요 주주들이 1500억원 유상증자에 나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쟁에서 밀리면 끝이다’는 위기 의식도 있지만 ‘스트릿 우먼 파이터’ 등의 콘텐츠가 인기를 끄는 상황에서 자금만 있다면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자신감도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유상 증자+투자 유치로 4500억원 확보 플랜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CJ ENM(035760)은 지난 13일 기존 주주 대상 15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발행 주식은 33만9272주, 발행가액은 44만2123원이며 납부일은 이날로 정했다. 최대주주인 CJ ENM이 이번 증자에서 약 795억원을 출자한다. 이어 티빙 주요 주주인 JTBC스튜디오와 네이버(035420)가 각각 530억원과 173억원을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티빙은 유상 증자 외에도 재무적투자자(FI) 대상 투자 유치도 진행 중으로 알려졌다. 잠정 기업가치를 2조원으로 설정하고 3000억원 안팎의 자금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모든 과정이 순조롭게 이어질 경우 티빙이 확보하게 될 금액은 4500억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티빙의 자금 마련 계획이 예견된 수순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오징어게임의 흥행으로 국내 콘텐츠 시장이 급 탄력을 받은 점도 무시할 수 없다는 평가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티빙의) 투자 유치나 유상 증자는 중장기 플랜으로 이전부터 논의되던 상황이었던 걸로 안다”면서도 “시기나 투자 규모에 대한 세부적인 의사 결정은 현재 분위기를 고려하진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누구 하나 주된 이유로 꼽지는 않지만 오징어게임의 글로벌 흥행이 국내 OTT들에 과제를 던진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실제로 티빙이 유상증자를 공시했던 13일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이 9월 17일 첫 공개 이후 28일 만에 전 세계 1억1100만 계정이 시청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오징어게임은 넷플릭스가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 가운데 최다 시청 콘텐츠로 올라섰다. 넷플릭스 전 세계 유료 계정이 약 2억9000만개인 점을 고려하면 넷플릭스 가입자 10명 중 4명은 오징어게임을 봤다는 의미다. 오징어 게임 발표 때 583달러 수준이던 넷플릭스 주가도 이달 13일 629달러로 8% 가까이 올라 주가 측면에서 효자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 포스터)
스우파 못봤어? 경쟁서 자신감 보이는 티빙

넷플릭스에 이어 디즈니와 워너미디어 등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 시장을 노크하기 시작한 점도 투자를 부채질한 요소다. 당장 다음 달 12일 디즈니플러스가 한국 서비스를 출시한다. 디즈니 플러스 출시 이후 넷플릭스처럼 국내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웨이브도 오는 2025년까지 1조원 투자를 예고한 상태다. 지난 3월 웨이브 대주주인 SK텔레콤이 이사회를 열고 1000억원 유상증자를 확정하며 모기업 지원도 일찌감치 나섰다.

OTT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지만 티빙에서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오랜 기간 다양한 콘텐츠 제작 노하우를 구축한 상황에서 시의 적절한 자금 수혈만 있다면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글로벌 OTT의 취약점이라 할 수 있는 예능 콘텐츠에서의 경쟁력도 무시할 수 없다. 업계에서는 티빙이 여타 글로벌 OTT에 비해 예능 콘텐츠에서는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최근 CJ ENM 음악 전문채널인 엠넷이 제작한 ‘스트릿 우먼 파이터’가 대표적이다. 첫 방송부터 MZ세대를 중심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저력을 보이고 있다. 첫 방송 이후 7주 연속 비드라마 부문 화제성 1위 자리를 유지하면서 넷플릭스가 가지지 못한 경쟁력을 발산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티빙은 수백억짜리 드라마를 제작해 넷플릭스와 정면대결 하겠다는 것보다 기존에 잘하는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라고 보는 것이 더 크다”며 “현재 올라온 콘텐츠 시장 열기를 티빙만의 방식으로 소화하겠다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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