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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세금 19조원 더 걷은 정부…민간 부담↑·재정운용 효율↓ ‘우려’

김형욱 기자I 2018.08.16 16:40:36

김동연 "향후 5년간 추가 세수 60조원 이상 전망"
세수 결손 우려 따른 보수적 예측 여파…부작용 우려
"경제성장률 둔화.. 재정 역할 확대 필요"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가재정포럼 ‘포용적 성장, 해야 할 일 그리고 재정’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정부가 보수적 세입 예측 탓에 올해 19조원 규모 초과세수가 발생하는 등 향후 5년간 세수가 당초 계획보다 60조원 이상 많을 것으로 전망됐다. 세입 여건이 양호하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지만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민간 재원을 계획보다 많이 흡수해 경기 둔화를 부추기고 정부 재정운용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국가재정포럼 기조연설에서 “올 상반기 19조원 규모 초과 세수가 발생했다”며 “앞으로 5년 국세 수입이 앞선 5개년(2017~2021년) 중기재정 계획 때보다 60조원 이상 더 걷히는 등 세입 여건이 비교적 양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곧 상향 수정한 5년치 세수 전망치를 확정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 정부 보수적 예측에 4년째 초과징수 ‘유력’

정부의 국세수입 초과징수는 이미 ‘연례행사’가 됐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17 회계연도 결산 분석 자료를 보면 초과세수는 2015년 2조2000억원에서 2016년 9조8000억원, 2017년 14조3000억원으로 매년 늘었다. 이 추세라면 4년 연속 초과징수가 유력하다.

그 폭도 4년 연속 확대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가 이달 초 발간한 월간 재정동향 8월호를 보면 올해 1~6월 국세수입은 1년 전보다 19조3000억원 늘어난 157조2000억원이었다. 기재부는 당초 올해 국세수입이 2조8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미 증가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연간 목표치 기준 달성 비율을 뜻하는 세수 진도율도 58.6%로 1년 전보다 3.7%p 올랐다. 국세수입 전망 정확성이 매년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세수 결손을 우려한 나머지 세입 예산을 보수적으로 예측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2014년엔 반대로 전망보다 세수가 10조9000억원 덜 걷히는 결손이 발생했었다. 2013년에도 8조5000억원 세수 결손이 있었다.

연도별 세수 전망(추경 세수)과 실제 국세 수입 차이. 국회예산정책처 제공
문제는 이 같은 세수 오차 확대에는 부작용이 뒤따른다는 점이다. 당장 정부는 일자리 문제를 풀기 위해 확장적 재정정책을 운용하겠다지만 실제론 예산 수립 단계부터 활용 가능한 재원을 배제한 채 총지출 규모를 결정해 온 셈이다. 초과세수로 인해 연례행사가 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도 효율적인 재정운용에 부담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낙관적 국세수입 전망에 따른 세수 결손도 국가재정 건전성 악화 등 여러 문제점이 있으나 보수적인 국세수입 전망 역시 재정운용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문제가 있다”며 “국세전망 객관성과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정부 재정정책 운용이 과도하게 보수적이라는 점을 꼬집었다. 김정훈 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은 기초재정수지가 흑자이므로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이 현재보다 커지더라도 경기 활성화 효과에 따라 국가채무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며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현 상황에선 부채 확대를 감수하고라도 확실한 재정 역할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올해 총지출증가율 7.7% 이상…일자리 중심 재정확대”

김 부총리는 재정 효율을 전제로 내년도 예산(총지출) 증가율을 7.7% 이상으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현 고용 부진과 양극화, 저출산 같은 사회구조 문제와 경제활력 제고를 위해선 확장적 재정정책을 운영해야 한다는 방침을 재차 확인한 것이다. 증가율로는 2009년 10.6% 이후 9년 만에 최대치다. 다만,정부가 민간 재원을 과도하게 흡수한다는 비판을 의식해 세입 예측을 현실화하겠다고 했다.

김 부총리가 언급한 증가율을 고려하면 내년도 예산은 461조8000억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올해 예산은 428조8000억원이었다. 기재부는 각 부처가 제출한 총지출 요구안(458조1000억원)을 토대로 최종 정부 예산안을 확정해 올 9월2일까지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김 부총리는 “정확한 규모는 다음주께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최근의 고용 악화와 양극화 심화 문제는 곤혹스러우 부분이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혁신성장도 시급한 상황”이라며 “정부가 재정을 통해 민간을 뒷받침하겠다는 단일 메시지를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앞서 민간이 못하는 필수 부문을 중심으로 연구개발(R&D) 투자를 20조원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지난 13일 열린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에서 인공지능(AI) 같은 플랫폼 경제와 드론, 자율주행차, 바이오헬스 같은 8대 혁신 선도산업에 5조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김 부총리는 “재정 확대보다 무슨 사업을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내용이 부실하거나 방향을 잘못 잡는다면 안 하느니만 못한 만큼 지출 구조조정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가재정포럼 ‘포용적 성장, 해야 할 일 그리고 재정’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기재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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