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살해죄’ 신설…아동단체 “상식에 맞는 개정”

박순엽 기자I 2021.02.26 17:15:33

국회, 26일 아동학대범죄 처벌 등 특례법 개정안 처리
‘아동학대 살해죄’ 신설…학대치사·살인보다 형량 높아
시민단체 “개정 환영…사법부, 법안 적용 의지 보여야”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지난해 입양 이후 지속적으로 양부모에게 학대당해 생후 16개월 만에 숨진 ‘정인(입양 전 본명)이 사건’으로 관심을 끈 이른바 ‘정인이법’이 국회 문턱을 넘겼다.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아동 학대와 학대로 인한 사망 사건을 막고자 ‘아동학대 살해죄’를 신설해 형량을 강화한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법안 개정을 환영하면서도 아동학대 예방에 지속적인 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인이 양부모에 대한 2차 공판을 하루 앞둔 지난 16일 경기 양평군 서종면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추모객들이 놓은 故 정인 양의 사진과 꽃이 놓여있다. (사진=뉴시스)
‘아동학대 살해죄’ 신설…학대치사·살인보다 형량 강화

국회는 26일 본회의를 열고 아동학대로 인한 살인 행위에 대한 형량을 강화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이번 개정안은 ‘아동학대 살해죄’를 새로 만들어 아동학대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아동을 살해한 때엔 사형,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이는 현행 ‘아동학대 치사죄’나 ‘살인죄’보다 형량을 높인 것이다. 지금까진 아동을 학대하다가 아동을 사망에 이르게 할 때엔 아동학대 치사죄로 규정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고의로 아동을 살해했다고 판단될 땐 살인죄를 적용해 사형,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게 했다.

그러나 살인죄는 아동 사망의 고의성을 입증하기가 어렵고, 아동학대 치사죄는 양형 기준이 관대해 살인죄보다 절반 가까이 낮은 형량을 선고받는 등 처벌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국회가 이번 개정안을 처리한 데엔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현재 상황도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된다.

또 이번 개정안은 피해 아동에게 변호사가 없을 때 검사의 국선 변호사 선정을 현행 재량사항에서 의무사항으로 변경해 피해 아동이 권익을 보호받을 수 있도록 했다. 피해 아동에게 장애가 의심되거나 빈곤 등의 사유로 보조인을 선임할 수 없을 때 등에도 법원의 국선 보조인 선정을 재량사항에서 의무사항으로 변경했다.

지난 1월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일명 ‘정인이법’으로 불리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가결되고 있다. (사진=뉴시스·공동취재사진)
시민단체 “개정안 환영…조사·보호 환경 조성도 필요”

아동 학대 방지와 예방을 위해 활동하는 시민단체들은 국회의 이번 개정안 통과를 환영했다. 공혜정 사단법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오랫동안 학대로 고통을 받다가 숨진 아이를 두고 일반 살인죄보다 형량이 낮은 아동학대 치사죄를 적용했던 건 비상식적이었다”며 “법이 상식에 맞게 개정돼 아동학대 살해죄가 신설된 건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배근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 회장도 “법이라는 건 계도적인 의미가 있는데, 이번 개정안 통과는 아동을 학대해 생명을 빼앗는 행위를 법에서도 엄중하게 다룬다는 걸 일러주는 데 의미가 있다”며 “사법부도 이에 맞춰 해당 법안을 적용하는 데 있어 의지를 보여 새로 만들어진 법이 효과를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이 밖에도 학대받는 아동을 자세히 조사할 수 있고. 학대 아동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공 대표는 “부모로부터 학대받는 아동을 조사하려면 신체·발달 검사 등 여러 검사를 해야 한다”면서 “부모라는 위험으로부터 우선 분리해 검사할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 대표는 이어 “이는 부모와 아동의 연을 끊게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즉각적인 위험에서 분리하자는 것”이라며 “조사 결과 아동이 굉장히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장기적으로 보호하고. 그렇지 않다면 부모로부터 교육과 상담, 모니터링 약속을 받고 집으로 돌려보내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도 “학대 범죄를 벌인 부모를 대신해 아이들의 미래를 지켜줄 수 있는 사회 인프라 조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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