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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pick] 뜻밖의 '구리 박사'‥대대적 中경기부양 예고

김경민 기자I 2019.02.12 17:23:00

구리 가격 한달새 3.73% 상승…주간기준 5주째 올라
중국 인프라 투자 기대감…2개월간 16개 사업 승인

(사진=AFP)


[이데일리 김경민 기자] 구리 가격은 세계 경기의 바로미터다. 특히 전선 케이블 등에 사용되는 구리 가격 동향을 살펴보면 산업의 움직임을 미리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구리를 ‘닥터 코퍼(Dr. copper)’, 즉 ‘구리 박사’라고 부르기도 한다.

구리 가격이 최근 오름세를 타고 있다. 세계 제조업 지표가 둔화되고 있지만, 중국이 경기 부양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 경기 둔화 우려에도 구리값 ‘이례적 상승’

11일(현지시간)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3개월물 구리 가격은 이날 6147.5달러를 기록했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3.73% 오른 것이다. 지난달 11일 종가는 5926달러였다. 주간 기준으로 보면 5주 연속 상승한 것이다.

구리 가격 상승은 뜻밖이다. 전세계 제조업 경기가 신통찮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경기 둔화가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달 말 중국 국가통계국이 집계한 중국의 1월 제조업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5를 기록했다. 두 달 연속 기준선인 50을 밑돌며 경기 위축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은 전세계 구리 소비의 40%를 차지한다. 중국의 침체는 곧 구리 소비의 침체를 뜻한다.

구리 3개월물, 톤당 가격 최근 한달간 추이 (단위: 달러, 출처=LME)
◇ 중국 이어 미국까지 인프라 확충 기대감 커져

그럼에도 구리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중국이 경기부양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경기 둔화를 우려한 중국 당국이 소비 활성화와 인프라 투자 정책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대대적인 인프라 투자에 나서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는 작년 12월부터 올 1월까지 두 달간 총 1조1000억위안(약 183조원) 규모 16개 인프라 사업을 승인했다. 1년 전인 2017년 12월부터 작년 1월까지 두 달간 7개 사업, 총 1157억위안 규모 사업을 승인했던 것과 비교하면 10배 가까이 늘었다.

국가부채 급증을 우려해 인프라 투자에서 속도 조절에 나섰던 중국이 이처럼 대규모 투자에 다시 나선 것은 무역전쟁 등으로 경기하강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 중국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은 6.4%를 기록, 중국 정부가 분기별 성장률을 집계하기 시작한 199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작년 전체 성장률은 6.6%로 세계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았던 2009년 이후 가장 낮았다.

미국이 인프라 재건을 말한 점도 구리 가격 상승을 도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일 미국 연방의회에서 진행한 국정연설에서 미국의 위대한 인프라 재건에 나서야 한다고 언급했던 만큼 올해 인프라 투자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 재정 정책 수혜 기대감에 구리 가격이 상승하면서 비철금속 내에서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중국 인프라 투자 정책은 구리 수요 증가로 직결되기 때문에 당분간 추가 상승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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