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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압박에…국민연금, 최정우 포스코 회장 연임안에 중립(종합)

조해영 기자I 2021.03.09 19:46:06

포스코 최대주주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않기로
정치권 "국민연금, 포스코에 의결권 행사" 압박
"반대사유 명확치 않아" 찬반 논쟁 끝 중립 합의

[이데일리 조해영 기자] 대규모 산업재해가 발생한 포스코(005490)를 향해 노동조합과 정치권이 압박에 나선 가운데 포스코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오는 12일 주주총회에서 최정우 회장의 연임에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포스코 지분은 △국민연금 11.75% △미국 씨티은행 7.41% △우리사주조합 1.68% 등이다.

9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탁위)는 이날 오후 회의를 열고 최 회장 연임 안건에 ‘중립’ 입장을 결정했다. 국민연금은 내부 수탁자책임실에서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할 수 있지만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등에는 수탁위에 결정을 요청할 수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사진=국민연금)
이날 회의에서는 최 회장 연임 안건을 둘러싸고 찬성과 반대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탁위는 “수탁자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에 따라 반대사유의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찬성하는 의견과 최근 빈번한 산업재해 발생 등 기업가치 훼손에 대한 감시 의무 소홀의 책임 등이 있다고 봐 반대하는 의견이 존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침에서 규정하고 있는 명확한 반대 사유에는 해당하지 않으나 산업재해에 대해 최고경영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관련 법 제정 등을 고려해 찬성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중립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사외이사 선임 건에 대해서는 찬성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유영숙 사외이사 후보에 대해 기후변화센터에 대한 포스코 기부액은 크지 않지만 이해상충 우려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는 소수의견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사 보수한도 승인 건은 보상수준 결정에 있어 경영성과와의 연계성에 대한 회사 측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 반대표를 던지기로 했다.

찬성도 반대도 아닌 이번 국민연금의 선택을 두고, 정치권이 포스코에 대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를 주문하는 등 압박에 나서면서 국민연금이 논란을 피하기 위해 중립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코에서는 지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산업재해로 다섯 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지난달에도 포스코 연료부두에서 컨베이어벨트 롤러 교체 작업을 하던 협력업체 직원이 기기에 끼어 숨졌다. 이 때문에 지난달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 청문회에서도 포스코는 집중 질타를 받았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관련 청문회에서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포스코의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포스코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스튜어드십 코드를 제대로 시행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지난 8일에는 강은미 정의당 비대위원장도 “포스코 주주총회에서 생명과 안전을 도외시한 기업인의 연임이 이뤄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노조와 시민단체도 최 회장을 압박하고 있다. 참여연대와 금속노조 등은 9일 최 회장을 포함한 포스코 임원 64명을 미공개정보로 주식을 거래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 역시 “국민연금이 이번 주주총회에서 이들에 대한 연임 반대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관계자는 “찬성 의결권을 행사하자니 정치권에서 자꾸 얘기가 나오고 있고,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자니 정치권의 개입에 따라 국민연금이 독립성에 손상을 입었다는 지적이 나올 것이 뻔했다”고 중립 결정의 배경을 전했다.

한편 최 회장은 주총을 앞두고 지난 8일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신사업 구상 등을 밝히면서 산업재해와 관련해서 “안전을 최우선 핵심 가치로 실천해 행복한 삶의 터전을 만들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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