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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K워치]한은법 제1조에 '고용안정' 포함될까

원다연 기자I 2020.10.29 18:00:00

연준 물가보다 고용으로 무게 이동에
한은에도 역할 확대 요구 커져…개정안 발의
한은은 수단 제한에 정책 일관성 저해될까 우려
"우선순위 판단이 당국 역할…정책수단 보완은 필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조폐공사 등 종합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한국은행의 정책 목표를 ‘고용 안정’까지 확대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회에는 이같은 내용의 한국은행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과거 수차례 관련 법안 발의에도 지지부진했던 논의가 코로나19를 계기로 한은의 역할 확대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을 계기로 달라질지 주목된다.

2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한국은행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개정안은 한은법의 설립 목적에 통화신용정책시 유의사항에 현행 ‘금융안정’에 ‘고용안정’을 추가하고, 통화신용정책이 조화를 이뤄야 할 정부 정책으로 고용정책을 명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현행 한은법은 목적 조항에서 통화신용정책을 통해 물가안정을 ‘도모’하고, 정책 수행시 금융안정에 ‘유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은의 정책 목적에 고용 안정을 추가해 보다 적극적인 경제 뒷받침에 나서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은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서형수 의원 등에 의해 발의된 바 있다. 다만 당시에는 발의 법안이 위원회 심사 단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한은의 역할 확대에 대한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연준이 물가안정과 완전고용의 정책목표 가운데 새로운 통화정책체계를 도입하며 무게중심을 완전고용으로 옮겨간 것이 방아쇠가 됐다. 연준은 고용시장 회복을 뒷받침하기 위해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인 2%를 얼마간 상회하더라도 이를 용인하는 평균물가목표제 도입으로 완화적 통화정책의 장기화를 시사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 역시 지난 23일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의 연준에 빗댄 역할 확대 요구에 “중앙은행의 역할 변화를 치열하게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당장에 고용안정을 정책 목표에 추가하는 것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이 총재는 앞서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서 “복수의 책무를 달성하기에는 통화정책 수단도 제한되어 있고 서로 상충 가능성이 있는 목표를 놓고 통화정책을 운용하다 보면 통화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가 대단히 어렵다”고 말했다. 또 현행법 하에서도 통화정책을 운용할 때 물가 목표뿐 아니라 금융안정 상황과 고용 상황 등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현행 한은법이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동일한 수준에서 병렬적 목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 만큼, 고용안정을 이같은 수준으로 추가하는 것은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고위관계자는 “현재도 고용상황을 살펴보고 있는 만큼 금융안정과 같이 유의사항으로 고용안정이 목적 조항에 추가되는 것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한은의 역할 확대를 위해선 그에 걸맞게 정책 수단 역시 보완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은 조사국장을 지내기도 했던 장민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 상황에 따라 정책 목표의 우선순위를 판단하는 것이 정책 당국의 역할이기 때문에 목표 상충을 우려해 고용안정을 추가할 수 없다는 논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도 “다만 추가적인 정책 목적을 부여하기 위해선 정책 수단을 확대하는 논의까지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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