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은행연합회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에 참석한 은행장들은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단독 추대했다. 은행연합회는 오는 27일 사원총회를 열고 김광수 회장을 차기 은행연합회 회장으로 확정하게 된다. 김 회장이 공식 선임 절차를 마친 이후 내달 1일부터 임기를 시작한다. 3년 임기로 2023년까지다.
|
차기 은행연합회장으로 김 회장을 선택함으로써 관피아 논란에서 한 걸음 벗어나면서도 은행장들이 원하던 ‘관과의 원활한 소통’도 함께 기대할 수 있다는 관전평이 나온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김광수 후보자는 오랜 경륜과 은행산업에 대한 탁월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코로나19 장기화 및 디지털 전환 등 대내외 불확실성에 직면한 은행 산업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평가됐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김 회장은 은행 간 협의와 정책 건의를 위한 적극적인 소통에 나선다. 때로는 막후에서 은행들의 이익을 대변하면서 금융 당국은 물론 청와대 등과도 소통해야 한다.
한 시중은행장은 “은행연합회 회장은 단순히 거쳐가는 CEO 정도로 봐서는 안된다”면서 “금융권은 물론 정관계를 다 아우를 수 있는 소통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력 후보였던 최종구 전 위원장의 중도 이탈 그리고 급부상
사실 김 회장은 이달 초까지만 해도 유력 후보군에서 멀었다. 퇴임한 지 1년 된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이 강력한 후보로 거론됐고 여당 중진으로 국회 정무위원장까지 거친 민병두 전 의원이 도전하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그 뒤를 이어 이정환 주택금융공사 사장도 하마평에 올랐다. 이 사장은 부산 지역 출신 금융인의 모임인 ‘부금회’의 막강한 지원 아래 비(非)행장 출신임에도 은행연합회 차기 회장 후보군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다.
예상치 못한 반전은 한국거래소 이사장, 손해보험협회장, 서울보증보험 사장 등 주요 민간 금융 기관 수장에 금융당국 출신들이 앉으면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관피아’ 논란이 불거졌다. 급기야 최종구 전 위원장이 본인 스스로 은행연합회장 단독 후보를 고사하는 데 이르렀다. 최 전 위원장은 금융위원장이 퇴임한 지 1년밖에 안돼 ‘관피아 낙하산’이라는 데 심적 부담을 느꼈다는 후문이다.
민간 은행장 출신 은행연합회장의 선임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은행장들은 내심 관 출신을 선호했다. 해외금리연계파생상품(DLF) 사태에 이어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 등 금융권의 악재가 연이어 터진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사태의 책임을 금융회사가 경영진에 지우려고 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관은 물론 청와대 등과의 소통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때라는 판단이 많았다.
이런 점에서 김 회장 경력은 은행권의 기대에 부합한다. 2014년 퇴임 직전까지 약 30년을 재정경제원, 금융감독위원회 등에서 일했고 선후배간 신망도 두터웠다.
참여정부 시절이던 2005년에는 청와대 비서실에 파견돼 근무하기도 했다. 이런 인연으로 문재인 정부 들어서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등 주요 금융기관장 후보군에 김 회장은 이름을 올리곤 했다.
김 회장은 야당 쪽과도 인연이 있다. 이명박 정부 때이던 2009년에는 한나라당 전문수석위원, 2011년에는 금융정보분석원 원장을 역임했다. 이 즈음(2011~2013년) 금융위원장을 지냈던 김석동 전 위원장과도 같이 일한 경험이 있다.
농협금융지주 내부에서도 김 회장에 대한 평판은 후한 편이다. 농협은행 고위 관계자는 “실적과 인품 면에서 자격 요건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옵티머스 등 숙제도 남아
김 회장이 차기 은행연합회장에 오르려면 현재 농협금융지주 회장 자리에서 중도 사퇴해야 한다. 김 회장의 공식 임기는 내년 4월까지이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전혀 부담이 될 게 없다”고 항변한다. 농협금융지주의 지분 100% 지분을 농협중앙회가 가지고 있다. 농협중앙회만 그의 중도 퇴임에 동의해주면 중도 퇴임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외국인을 비롯해 여러 주주들이 얽혀 있는 금융지주보다는 퇴임 등에 있어 부담이 덜하다.
다만 김 회장 본인도 안고 가야 할 숙제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옵티머스 사태가 아직 ‘진행중’이라는 점이다. NH투자증권이 주된 판매사이지만, 농협금융지주 소속이기 때문에 책임론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 사모펀드 사태는 본인의 문제이자 은행권 전체의 최대 현안이다. 김 회장이 사모펀드 사태 등을 어떻게 돌파해 나가느냐가 첫번째 놓인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