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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HDC현산 요구 거부…'아시아나항공 노딜' 현실로

이승현 기자I 2020.08.03 19:43:40

이동걸 "재실사 요구 이해할 수 없어"
채권단, 다른 대기업에 재매각 추진
"현산, 11일까지 선택하라" 통보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채권단이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재실사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채권단은 새로운 인수자를 찾는 “재매각 추진”까지 언급했다. 아시아나를 HDC현산에 팔기로 한 거래가 불발될 수 있다는 점을 강하게 시사하는 발언이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3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온라인 기자 간담회를 통해 “HDC현산은 지난해 말 인수계약 전 이미 7주간 엄밀한 실사를 했다”며 “상황 변화가 있다면 이 부분 점검을 하면 되는데, 다시 실사를 하겠다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 역시 “통상적인 인수합병 계약에서 이런 수준의 재실사는 없다. 기본적으로 수용할 수 없다”면서 “인수가 전제된다면 영업환경이나 재무구조 개선 등을 전제로 제한된 범위에서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이 HDC현산의 12주간 재실사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셈이다.

향후 HDC현산이 재실사 거부를 명목으로 계약을 파기할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채권단은 ‘노딜(No Deal)’까지 감내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HDC현산은 지난해 12월 금호산업과 총 2조5000억원에 아시아나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채권단은 매각 무산에 대비한 이른바 ‘플랜B’를 준비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경영 정상화를 위한 유동성 지원과 영구채 출자전환을 통한 채권단 경영관리 등이다. 최 부행장은 아시아나 재매각과 관련해 “다른 대기업에도 (매각 가능성을) 열어놓고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은 HDC현산이 확실한 인수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이달 12일 계약해지를 통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HDC현산에 늦어도 11일까지는 아시아나 인수와 포기 중 한가지를 반드시 선택하라는 최후통첩으로 해석된다.

HDC현산이 당장 아시아나 인수와 관련된 달라진 입장을 보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HDC현산은 이날 구체적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3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문제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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