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23일 제22차 경제중대본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이른바 ‘서학개미’로 불리는 개인들의 해외주식 투자 위험성을 직접 경고하고 나섰다. 이는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순매수 규모가 지난 7월 3조 8298억원으로 월별 사상 최대치를 기록, 같은 기간 유가증권 순매수액(2조 2389억원)을 두 배 가까이 뛰어넘는 등 과열 양상을 보인데 따른 금융당국의 우려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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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개인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의 경우 삼성전자(005930)나 현대차(005380) 등 시총 상위 우량주에 대한 장기투자보다는 테마주나 차트 분석을 통한 단타 매매에 집중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서학개미들이 투자한 해외주식 종목들은 △테슬라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등 전기차·IT·반도체 등 각 분야에서 최고 기술력을 갖춰 중장기적 고성장이 기대되는 글로벌 기업들이다. 서학개미들은 이들 기업이 보유한 기술을 직접 분석하거나, 해외 기관의 리포트도 실시간으로 찾아내 공유하고 있다. 특히 손 부위원장의 발언이 나온 당일 새벽 진행됐던 테슬라의 ‘배터리데이’ 행사는 이런 서학개미들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사례였다.
테슬라가 배터리 신기술 등을 공개할 것이란 예측과 함께 며칠 전부터 화제가 됐던 이 행사는 유튜브로 전 세계에 생중계돼 약 30만명이 동시 시청했다. 우리나라에선 시차 탓에 오전 5시 30분이란 이른 시간에 시작됐지만, 뜨거운 관심을 받았고 국내 한 유튜버의 통역 생중계는 동시 접속자가 2만 4000여명에 달했다. 또 여러 유튜브 채널을 통해 배터리데이 생중계를 지켜보며 테슬라가 선보인 기술들에 대해 실시간으로 의견이 오갔다. 또 ‘테슬라 배터리데이’가 그날 네이버 등 주요 포털 실시간 검색 순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정부는 서학개미로 불리고 있는 밀레니얼세대의 해외주식 투자를 ‘무지한 청년들의 위험한 투기’ 정도로 치부해선 안된다. 그들을 해외로 눈 돌리게 만든 불합리한 공매도 제도와 거래세 등 국내 주식시장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동학·서학개미들은 오랜 세월 도박으로 폄훼돼 온 주식 투자의 문화를 근본부터 바꿀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