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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베스트 애널인데 요즘 마진거래해요"…사칭 오픈카톡방 주의

이슬기 기자I 2020.10.07 16:34:48

애널리스트 사진·이름 도용한 불법 리딩방 기승
금융당국 "경찰·검찰이 수사해야…수사의뢰는 안해"
업계선 "유튜브 출연 애널리스트 많아…주의해야"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저는 현재 채권쪽은 잠시 쉬고 있고요 최근 트레이더들 데리고 마진거래 단타로 수익을 뽑고 있습니다”

‘동학개미운동’으로 증시에 유입되는 개인투자자들이 늘어나자 이들을 노린 변종 사기도 활개를 치고 있다. 불법 주식 리딩방을 넘어, 이젠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사칭한 오픈카톡방으로 주식 리딩을 하는 형국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자신의 이름으로 개설된 사칭 오픈카톡방에 골머리를 싸매고 있다.

유명 애널리스트가 카톡으로 리딩해 준다고?

카카오톡에 ‘애널리스트’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오픈카톡 채팅방들(사진=카카오톡 캡쳐)
“저 OOO 연구원 맞습니다”. 지난 6일 한 채권 애널리스트 이름으로 개설된 카톡방에서 기자가 본인이 맞냐 묻자 곧바로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이 오픈카톡방은 베스트 애널리스트의 사진과 이름으로 등록돼 있었다.

진짜라면 채권 업계에서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유명한 인물이었다. 채권이라면 할 말이 많을 터. 그러나 기자가 ‘채권 전망을 어떻게 보시냐’고 물으니 그는 뚱딴지 같은 답변을 해왔다. 현재 갖고 있는 주식이 무엇이고 얼마나 벌고 있냐는 것이었다.

기자가 없는 말을 지어내 답변하니 그는 “채권 쪽은 잠시 쉬고 있고 마진거래 단타로 수익을 내고 있다”며 “수익쪽으로 도움줄 수 있는 리딩 방법을 설명해 줄 수 있다”고 불법 리딩을 통한 마진거래를 권유해왔다. 물론 베스트 애널리스트 본인이라는 것은 거짓말이었다.

이처럼 최근 카카오톡 오픈카톡방을 통한 불법 리딩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대부분이 금융감독원에 등록하지 않은 유사투자자문업체일 뿐만 아니라, 실존하는 애널리스트를 사칭한 계정이다.

오픈카톡에서 자신의 사진과 이름을 도용당한 한 애널리스트는 “지인들이 알려줘서 혹시나 해서 검색을 해보니 나를 사칭한 계정도 있더라”며 “이럴 땐 어떻게 해야하는지 당황스럽다”고 털어놨다.

금융당국은 “합법업체만 관리감독”…업계는 ‘찜찜’

금융당국에선 불법 리딩방에 대해서는 아무런 권한이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은 금융감독원에 등록된 유사투자자문업체에 대해서만 관리·감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애널리스트를 사칭한 오픈카톡방에서 유사투자자문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는 하고 있다”면서도 “금감원은 피해를 제보받아서 상담해 줄 수는 있고, 피해 제보를 바탕으로 경찰·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수는 있으나 직접적으로 제재 등을 가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구체적인 피해정황이 제보되지는 않은 만큼 수사 의뢰도 하지 않았다”고도 덧붙였다.

다만 금융투자업계에선 아슬아슬하다는 반응이다. 특히 최근 여러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애널리스트들이 자주 등장하는 만큼, 그 친밀함을 이용한 사기도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기관투자자는 “요즘 애널리스트들이 유튜브에 자주 출연하면서 이들을 따르는 개인들이 상당히 많다”면서 “이런 불법 리딩방이 커지면 피해자가 더 증가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만약 이런 피해 사례가 늘어나면 금융투자업계 전반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는 우려다.

한편 유사 투자자문업체가 정상 등록업체인지 여부는 ‘금융소비자 정보포털 파인(FINE)’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파인에 등록되지 않은 업체는 모두 불법 업체인 만큼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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