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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진하는 동학개미…계속 빚 내서 주식투자

권효중 기자I 2020.05.14 18:26:10

코로나19로 6조원까지 꺾였던 신용거래융자 다시 증가세
31거래일 연속 증가해 10조원대 눈앞… 지수 회복과 동반
'대형주', '인버스', '코로나19 테마' 등 노린 베팅
증권가 "단기 상승에 부담…부담심리 여전해 신중히 접근해야"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주가 지수와 함께 꺾였던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빚 투자가 최근 한 달 반 만에 50%가량 늘어났다. 지금까지 국내 증시가 유동성의 힘으로 반등했지만 여기서 추가로 오르기는 쉽지 않은데다 경제 펀더멘털이나 기업 실적을 보면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빚 투자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31거래일째 늘어난 신용거래융자 잔고… 10조원대 ‘코앞’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을 합한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총 9조 7181억원을 기록, 전날에 비해 1632억원 늘어나 31거래일째 증가세를 이어갔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들 개인이 보유한 증권 계좌의 주식을 담보로 주식 매수 대금을 빌리는 형태의 거래다.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늘어난다는 것은 곧 빚을 내서까지 투자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올해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에 맞춰 움직인 것으로 풀이된다. 월별 잔고는 △1월 10조 806억원 △2월 10조 3726억원 △3월 6조 5783억원 을 기록했다. 코스피 지수가 1월 3.58%, 6.23%씩 하락한 1월과 2월에는 지난해와 비슷한 흐름을 유지하다가 코로나19로 인해 증시의 변동성이 급격히 커진 3월에 ‘빚 투자’의 기세 역시 꺾인 것이다.

실제로 잔고는 지난 3월 25일 6조4075억원을 기록해 3년여 만에 6조원대를 기록, 저점을 기록했다. 그 후 꾸준히 늘어나기 시작해 △4월 9조 434억원 △5월 9조 7181억원(13일 기준)을 기록했다. 31거래일간 하루도 쉬지 않고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으며 저점 대비 무려 50%나 잔고가 늘어났다.

‘대형주’, ‘인버스’, ‘코로나19’에 한 방 노려 베팅

같은 기간 지수 역시 회복세를 보여 코스피 지수는 14%, 코스닥 지수는 35% 넘게 상승했다. 다만 코스닥의 상승폭이 코스피의 2배 이상에 달하는데도 시장별 신용거래융자 잔고의 증감률은 각각 49%, 48% 정도로 비슷한 수준으로 집계됐다.

특히 종목별로 보면 유가증권시장에서는 대형·우량주와 인버스 종목들의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추후 반등을 기대할 만한 우량주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추후 장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종목에 대한 투자가 동시에 나타난 셈이다. 여기에 ‘코로나19 테마’를 노린 종목들에 대해 ‘한 방’을 노린 베팅 역시 눈에 띄었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나선다는 셀트리온(068270)에 대한 신용거래융자는 1029억원 늘어나 1위를 차지했다. 또한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 B형 간염 치료제 ‘레보비르’를 보유한 부광약품(003000)은 658억원 증가로 2위를 기록했다. 인버스 종목 중에서는 KODEX 코스닥150 인버스와 KODEX 인버스에 대한 신용거래융자가 각각 502억원, 419억원씩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3, 5위에 올랐다. 현대차(005380), LG화학(051910), 삼성전자(005930) 등 우량주들에도 200억원이 넘는 ‘빚 투자’가 몰렸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바이오 종목들의 신용 거래가 큰 폭으로 늘었다.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가 1348억원 증가해 1위를 기록했다. 이어 진단키트 ‘대장주’인 씨젠(096530)이 418억원 증가해 뒤를 이었다. 알테오젠(196170)(216억원), 제넥신(095700)(197억원), 셀리버리(268600)(175억원), 에이치엘비(028300)(169억원) 등 바이오 종목들도 신용잔고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아직 증시가 완전한 회복세를 보이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80% 하락했으며 지수는 1950선을 눈앞에 두고 등락을 반복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예신 신한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지난 11일부터 코로나19의 2차 확산 가능성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고 있으며 미중 간 갈등이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며 “현재 지수가 단기 급등한 만큼 부담 심리가 커질 수 있는 상황이어서 종목별로 차별화된 대응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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