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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3분 정무위 회의서 '규제' 52회 언급..은산분리 완화 한목소리 내는 여야

박종오 기자I 2018.08.07 19:09:11

정치권 달라진 분위기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후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인터넷 전문은행 활성화를 위해 은산 분리 완화를 직접 주문하면서 관련 법 개정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당론으로 은산 분리 제도에 손대는 것을 반대해 왔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규제 풀기에 긍정적인 태도로 돌아선 상태다. 성장률·일자리 등 주요 경기 지표가 악화하며 경제 문제가 국정의 최대 이슈로 떠올라서다.

이런 변화를 단적으로 엿볼 수 있는 것은 20대 국회 후반기 첫 정무위원회 회의다. 정무위는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 금융 정책 및 감독 기관을 담당하는 주요 상임위원회다. 지난달 25일 소속 위원(위원장 포함 23명)을 재구성한 후 처음으로 금융위·금감원 업무 보고를 받고 현안 질의를 했다.

이날 회의록을 분석한 결과 5시간 33분 동안 진행한 회의에서 ‘규제’라는 단어는 모두 52회 언급됐다. 약 7분마다 한 번씩 규제 얘기가 도마 위에 올랐던 것이다. 여·야 의원 가리지 않고 주로 현행 금융 규제를 완화하자는 주장에 무게를 둔 것이 특징이다. 일례로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은산 분리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논의할 필요도 있지만 일단 일차적으로 인터넷 은행에 대해서는 완화가 필요한 것 아니냐 이런 견해가 아주 많이 있다”고 강조했다.

정무위원장인 민병두 민주당 의원도 “은산 분리의 핵심 이슈가 (은행이 기업의) 사금고화되는 걸 막겠다는 것”이라며 “(인터넷 전문은행) 특례법에 따르면 대주주에게 자기자본의 10% 한도 내에서 대출하는 것을 허용하는 안이 제출돼 있고 일각에서는 아예 대주주 대출을 원천적으로 금지하자는 얘기가 있는데 정부는 그것도 수용할 생각이 있나”라며 은산 분리 완화를 위한 특례법 제정 추진을 전제로 질문을 던졌다.

단순 은산 분리 완화 수준을 넘어 더 강도 높은 금융 규제 개혁을 촉구하는 의원도 많았다. 장병완 민주평화당 의원은 “정부가 일단 금융 자본이 좀 거대화되고 또 활발하게 진입과 퇴출이 일어날 수 있도록 은행 외의 부분은 대폭 규제를 풀어서 금융자본의 거대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현 정부가 추진하는 재벌 개혁 정책은 논의에서 쏙 들어갔다. 실제 이날 회의에서 ‘재벌’이라는 단어가 언급된 것은 6회에 불과했다. 경제 성장 논리에 밀려 경제력 집중 완화, 지배구조 개선 등 재벌 개혁 기조가 후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새 정무위는 이건희 삼성 회장 차명계좌 과징금 부과 등을 주도하며 ‘삼성 저격수’로 알려진 박용진 민주당 의원이 배제되면서 일찌감치 재벌 개혁·경제 민주화에서 규제 완화·경제 활성화로 돌아서리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이날 회의에서 여당 위원이 재벌 개혁 정책을 입에 올린 사례는 한 차례도 없었다. 오히려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을 압박한 발언을 사례로 들며 “해당 기업에 그렇게 해야 할 의무가 없는데 그 의무를 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직권남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무위 여당 관계자는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나 김진표 대표 등 지도부가 금융 규제 완화를 통한 투자 활성화에 관심이 큰 것이 사실”이라며 “인터넷 전문은행을 위한 은산 분리 규제도 그런 관점에서 완화가 필요하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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