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환불 57조 어디로…HK이노엔? 크래프톤?

이지현 기자I 2021.07.29 23:40:21

HK이노엔 30일까지 청약 8월 3일 환불
크래프톤 8월 2~3일 청약 진행 일정 겹쳐
둘 다 청약 가능하지만 기업가치 고려해야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카카오뱅크 청약증거금을 환불받았는데, 바로 빼지 않고 다음 공모주 청약에 들어갈 계획입니다. 어떤 기업에 청약할 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습니다.”(윤서진, 38세)

청약증거금 58조원을 끌어모은 카카오뱅크가 공모주 배정을 마무리하고 환불을 진행하자 윤 씨와 같은 행복한 고민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공모청약을 진행하는 대어급들이 연이어 청약을 진행하면서 일정이 조금씩 겹쳐서다. 대부분의 고민은 에이치케이이노엔에 청약할지, 기다렸다가 다음 달 2일부터 공모청약을 진행하는 크래프톤에 청약할 지다. 투자 전문가들은 ‘묻지 마’ 청약은 위험하다며 ‘대어’라고 해도 증권신고서를 꼼꼼하게 확인한 후 투자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카뱅 첫날 흥행 기록 넘은 HK이노엔 ‘눈길’

29일 카카오뱅크의 공모청약을 진행한 대표주관사 KB증권 등 4개 증권사는 공모주청약 배정, 환불 결과를 청약 참가자들에게 공지했다. 청약증거금 58조3020억원 중 환급된 규모만 57조9762억원이나 된다.

보통 공모청약이 끝나면 일시에 몰렸던 청약증거금 중 상당부분은 증시에서 빠져나간다. 하지만 이번에는 연이어 대어급 공모주청약이 대기하고 있는 만큼 바로 증시를 떠나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공모주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이어지며 높은 경쟁률이 유지되고 있고 예탁금도 60조원을 지속적으로 웃돌고 있다”며 “예탁금 대비 공모금액 비율이 2017년 이후 최고치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장 먼저 이동할 수 있는 곳은 에이치케이이노엔(HK inno.N) 공모청약이다. 에이치케이이노엔은 숙취해소 음료 컨디션, 헛개수 등으로 유명한 바이오헬스 기업이다.

CJ제일제당(097950)의 제약 사업 부문이 물적분할해 설립, 2014년 CJ헬스케어로 출범했다. 이후 2018년 한국콜마(161890)그룹에 편입됐다. 회사는 전문의약품(ETC)과 더불어 각종 건강과 뷰티 관련 제품인 HB&B(Health Beauty&Beverage) 라인업을 갖췄다. 신약 및 바이오 연구개발 능력과 더불어 제조 역량을 갖춰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확보한 것이 회사의 강점이다.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인 케이캡을 개발한 데 이어 현재 암·간질환 관련 신약 발굴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모가는 희망밴드 최상단인 5만9000원으로 최소 청약증거금은 10주에 해당하는 29만5000원이다. 30일까지 청약을 진행한다. 1인 1계좌 청약만 진행한다는 점에서 경쟁률은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첫날 경쟁률은 44.14대 1로 이미 카카오뱅크의 첫날 경쟁률(37.8대 1)을 앞지른 상태다. 둘째 날 청약에 대거 몰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크래프톤 공모가 49.8만원 확정…성장성에 ‘고민’

온라인 게임 배틀그라운드로 세계적 게임기업으로 성장한 크래프톤은 중복청약 마지막 대어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8월 2일과 3일 공모청약을 진행한다. 공모가는 49만8000원으로 이날 확정했다. 최소 청약주수는 10주에 해당하는 249만원이다. 카카오뱅크(3만9000원)보다 청약증거금이 더 높지만, 그만큼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신작 게임의 흥행에 따라 주가가 크게 움직이는 게임주의 특징 때문이다. 실제로 카카오게임즈(293490)는 최근 신작 게임 ‘오딘’의 흥행으로 주가가 상장 10개월도 안 된 상황에서 연일 신고가를 경신 중이다.

투자전문가들도 크래프톤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김진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크래프톤 주당 적정가치로 58만원을 제시한다”며 “신작 성과 업사이드 리스크와 지식재산권(IP) 확장성 및 공모자금 기반 투자 확대 등 우호적 여건을 최대로 반영한 결과치”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인공지능(AI)으로 구직자와 기업을 연결하는 원티드랩(8월 2~3일)과 디지털 플랫폼 전문기업 플래티어(8월 4~5일), 엠로, 딥노이드(5~6일), 한컴라이프케어 등도 공모청약을 잇따라 예정한 상태다.

문제는 청약증거금 환불 시기다. 에이치케이이노엔은 30일 청약을 마무리하면 청약증거금이 이틀 후인 8월 3일에 나온다. 크래프톤의 청약 둘째날과 겹친다. 일찌감치 크래프톤의 청약을 준비하려던 이들은 에이치케이이노엔의 청약 후 바로 크래프톤을 청약하려면 빠듯할 수밖에 없다.

또 청약 가점을 받으려는 이들도 고민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증권사는 공모청약일 기준 전월 평균 잔액 또는 가입 상품에 따라 청약 가점을 산정하고 있다. 크래프톤의 대표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은 직전 3개월 또는 전월말 잔액 기준으로 등급을 배정하고 있다. 이날까지 미래에셋증권 계좌에 3000만원을 입금하면 8월 공모청약 시 수수료 2000원을 면제받을 수 있다.

공동주관사로 참여하는 NH투자증권도 3개월 평균 잔액이 3000만원 이상일 때, 인수단으로 참여하는 삼성증권도 전월 평잔이 2000만원 이상일 때 우대한다. 에이치케이이노엔에 목돈의 청약증거금을 넣을 경우 이러한 우대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모주는 단기간의 주가 변동성이 상당히 큰 편”이라며 “단기적으로 시장 상황과 수급현황이 함께 반영되면서 때론 급등락이 일어날 수 있다. 해당 기업의 증권신고서 및 투자설명서의 사업현황 및 수급 상황을 파악하고, 단기적으로는 수급 상황을, 중장기적으로는 기업가치를 보고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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