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희의 이게머니]주택공급 적정했나…한은·정부 `집값 책임론` 공방

최정희 기자I 2021.07.29 20:29:53

홍남기 "공급 부족 아냐..저금리 '과도한 수익 추구' 심리"가 문제
이주열 "저금리도 있으나 사람들이 원하는 곳에 공급 이뤄졌는지 봐야"
공급 부족·사상 최저 금리·매수진작책 '임대차3법' 정책 부조화 되돌려야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치솟는 집값에 전 국민이 몸살을 앓으면서 부동산이 정권을 뒤흔들 최대 변수로 등장했다. 집값 폭등은 주택 공급 부족 뿐 아니라 싼 대출 이자,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 시행에 따른 주택 매수 포모(FOMO·남들보다 뒤처지거나 소외되는 것에 대한 공포) 심리 등 여러 요인이 꼽힌다.

이런 가운데 집값 폭등 책임론을 두고 한국은행과 정부가 묘하게 다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은은 저금리도 있지만 주택 공급 부족이, 정부는 공급 부족이 아닌 저금리에 따른 과도한 수익 추구가 집값을 끌어올렸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임대차 3법은 전세난→전셋값 상승→매수 수요 증가→집값 상승으로 이어지며 기름을 부었다. 심각한 정책 부조화의 얼킨 실타래를 풀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29일 기준, 2021년은 예정 물량 출처: 부동산114REPS
◇ 한은·정부 “집값 하락” 경고하면서도 단기 전망은 달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발표한 부동산 대국민 담화에서 집값 폭등의 원인으로 과도한 수익 추구 심리를 꼽으며 공급 부족은 잘못 알려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이 이달 12일부터 19일까지 전국 도시 2500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주택가격 전망 심리가 129로 전월보다 2포인트 상승, 석 달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게 그 근거다. 반면 올해 주택 입주물량은 전국 46만호, 서울 8만3000호로 과거 10년 평균(전국 46만9000호, 서울 7만3000호) 수준이거나 더 많은 데다 수요 측면에선 작년 수도권에 33만 세대가 늘어난 것에 비해 올 5월까지 누적으로 7만 세대밖에 늘어나지 않았다는 점을 꼽았다.


금리 정책을 펴는 한은은 입장이 묘하게 다르다. 한은이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최근 주택시장 동향과 향후 전망’이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아파트 입주 물량이 감소하고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6월부터 다주택자 20~30%p 가산세율 적용)이후 매물 잠김이 심화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부동산114의 아파트 입주물량을 기준으로 공급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9일 기준 올해 전국 28만4949호, 서울 3만864호가 입주 예정이다. 이는 2018년(전국 46만3579호, 서울 3만7572호) 이후 3년 연속 감소세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빚투(빚을 내 투자)에 의한 집값 상승 원인을 묻는 질문에 “저금리도 하나의 요인이지만 부동산 가격도 수요와 공급의 차이에 의해 발생한다”며 “사람들이 원하는 지역에 공급이 충분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한은은 3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작년 3분기 우리나라 집값이 2019년말보다 9.3% 가량 상승해 미국(6.0%), 독일(5.4%) 등 주요국보다 크게 올랐다며 집값 상승 요인을 2006년 1분기부터 작년 2분기까지 분석한 결과 3분의 2 가량(71%)는 우리나라만의 특수 요인, 공급 부족에 의한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와 한은 모두 집값이 너무 과도하게 올라 폭락할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지만 단기 전망에 있어서도 차이가 벌어진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16일 기재위에서 “한은, 정부 모두 중장기적으론 집값이 안정될 것으로 보나 단기적으론 한은은 상방 압력이 우세할 것으로 보는 반면 정부는 안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책 부조화 되돌림 필요..“임대차 3법도 충격 완화하면서 가야

문제는 집값 상승이 대규모 대출을 동반하고 있기 때문에 집값이 폭락할 경우 채무불이행 등이 나타나며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민은행 시세 기준으로 2019년 12월 전국 아파트 가격을 100으로 봤을 때 작년 상반기엔 월 평균 전월비 0.4% 올랐으나 기준금리 인하, 임대차 3법 시행 이후인 하반기엔 1.2%, 올 상반기(1~5월)엔 1.7%로 상승폭이 갈수록 높아졌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이전보다 올 5월 아파트 가격이 무려 18.3%나 급등했다.

이러한 집값 상승은 대규모 대출을 동반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LTV)이 40%로 다른 나라 대비 규제가 강한데도 싼 이자에 작년 부동산 금융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2279조원으로 212조언, 10.3% 증가했다.

이에 따라 집값 하락 충격이 경제를 덮치기 전에 공급 부족·저금리·매수 촉진책이 된 임대차 3법 등 정책 부조화가 만들어 낸 참극을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의 힘을 받고 있다. 주택 공급 확대, 기준금리 인상, 임대차 3법 조정이 필요한데 정부는 임대차 3법을 제외한 나머지를 조정하는 방안에 대해서만 언급했다.

홍 부총리는 “통화당국이 금리 인상을 시사하고 가계대출 관리가 엄격해지는 가운데 대규모 주택공급이 차질없이 이뤄진다면 주택 시장 하향 안정세는 시장 예측보다 큰 폭으로 나타날 수 있다”며 사실상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기존에 발표한 대로 매년 10년간 수도권에 약 31만호를 공급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다만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차 3법이 정치적 판단에 의해 해야 한다면 충격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며 “국가가 소외된 국민을 도와주는 방식으로 가야 하는데 임대차 3법이 집 가진 사람들을 잡는 게 목적이었을지 몰라도 피해는 보는 사람들은 서민들”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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