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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사자의 서'로 동시대성 담은 국립무용단 보여줄 것"

장병호 기자I 2024.04.03 18:50:00

김종덕 국립무용단 단장 겸 예술감독
부임 후 첫 안무작, 25일 국립극장 첫 선
삶과 죽음,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 춤으로
무거운 주제, 음악·미술로 어렵지 않게 풀어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국립무용단이 삶과 죽음의 경계를 한국무용으로 풀어낸 신작 ‘사자의 서’를 오는 25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김종덕(57) 국립무용단 단장 겸 예술감독이 지난해 부임 이후 처음 선보이는 안무작이다.

3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열린 국립무용단 신작 ‘사자의 서’ 기자간담회에 앞서 단원들이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국립극장)
김 단장이 이끄는 국립무용단의 새로운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무대다. 3일 국립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 단장은 “동시대성을 담은 한국무용을 통해 현대예술로 인정받고자 하는 것이 국립무용단 단장 3년 임기의 목표”라며 “신작 ‘사자의 서’가 바로 그런 작품이다”라고 밝혔다.

‘사자의 서’는 불교 경전 중 하나인 ‘티베트 사자(死者)의 서(書)’를 모티브로 삼은 작품이다. 망자의 시선으로 의식과 상념을 건너 고요의 바다에 이르는 여정을 춤으로 풀어낸다. 삶과 죽음,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담고 있다.

김 단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대만의 설치미술 작가 차웨이 차이의 작품 ‘바르도’를 관람한 뒤 영감을 받아 작품을 구상했다. 전시 공간 내부를 부식된 관처럼 꾸미고 그곳에 환생의 이미지를 영상으로 비추면서 ‘티베트 사자의 서’를 낭독하는 전시였다. 김 단장은 “팬데믹으로 죽음과 마주하던 때, 죽음은 삶의 끝이 아니며 죽음을 통해 역설적으로 소중한 삶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3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열린 국립무용단 신작 ‘사자의 서’ 기자간담회에 앞서 단원들이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국립극장)
작품은 총 3장으로 구성된다. 망자가 죽음을 인지한 뒤 ‘의식의 바다’와 ‘상념의 바다’를 거쳐 ‘고요의 바다’에 이르는 여정을 담는다. 1장 ‘의식의 바다’에서는 무용수들이 통곡과 함께 몸짓으로 죽음의 강을 표현한다. 망자 역할의 무용수가 독무(獨舞)로 죽음과 삶의 대비를 보여준다. 2장 ‘상념의 바다’는 망자의 삶을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인다. 소년기부터 장년기까지의 인생을 마주하며 삶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인간을 표현한다. 3장 ‘고요의 바다’에서는 반복적인 움직임을 통해 삶과 죽음, 사후세계가 연결된다는 철학을 전한다. 간담회에 앞서 공개한 연습 현장에선 한국무용 특유의 느린 몸짓, 그리고 죽음 앞에 선 인간의 처절한 몸부림이 강렬한 대비를 이뤘다.

음악에서도 김 단장이 밝힌 ‘동시대성’을 느낄 수 있다. 현대무용 안무가이자 작곡가로도 활동 중인 김재덕이 1·2장, 거문고 연주자이자 작곡가인 황진아가 3장의 음악을 각각 맡았다. 김 단장은 “1장은 소리가 거의 없이 무용수들이 직접 소리를 만들어내고, 2장은 현대적인 음악을 담았다면, 3장은 피아노 반주지만 한국적인 정서가 녹아 있는 음악으로 구성했다”고 밝혔다.

3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열린 국립무용단 신작 ‘사자의 서’ 기자간담회에 앞서 단원들이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국립극장)
삶과 죽음이라는 주제가 무겁다. 간결한 무대 미술이 이를 보다 접근하기 쉽게 풀어낸다. 제31회 이해랑연극상을 수상한 무대 디자이너 이태섭이 무대를 맡았다. 김 단장은 “1장은 무용수들이 무대 앞과 뒤로 등·퇴장을 하며 수직의 개념으로 죽음을 표현한다면, 2장부터는 무대 좌우로 무용수들이 등·퇴장을 한다”며 “수평과 수직의 개념을 통해 관객이 주제를 명확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국립무용단 단원 50여 명이 모두 출연한다. 1장과 3장에 등장하는 망자 역은 단원 조용진, 2장 회상 속 망자 역은 단원 최호종이 연기한다. 오는 5일에는 본 공연에 앞서 주요 장면 소개, 출연진과의 대화 등으로 구성한 ‘오픈 클래스’를 진행한다.

국립무용단 신작 ‘사자의 서’ 기자간담회가 3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망자 역의 단원 조용진, 안무를 맡은 김종덕 국립무용단 단장 겸 예술감독, 황진아 작곡·음악감독, 회상 속 망자 역의 단원 최호종. (사진=국립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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