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플로 "재난지원금 선별·현금 지급해야"

한광범 기자I 2020.11.24 17:11:09

지난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뒤를로 교수 화상 인터뷰
KSP 성과공유컨퍼런스…"도움 필요한 사람 더 지원해야"
확장재정 불가피성 강조…"위기시 재정지출, 정부만 가능"
자산 세금 부과 필요성 지적…"저금리, 불평등 심화시켜"

에스테르 뒤플로 MIT 교수가 24일 KSP 성과공유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KDI 제공.
[세종=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한국과 같이 경제규모가 크고 발전한 나라들은 조건부 재정 지급(Selective financial support)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에스테르 뒤플로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교수는 24일 기획재정부가 주최한 경제발전경험 공유사업(KSP) 성과공유컨퍼런스에서 화상으로 진행한 기조연설과 한국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재난지원금의 선별 지급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과 같은 나라들은) 어떤 사람을 언제 지원해줄 수 있을지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갖고 있다”며 “실질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위해 더 많은 지원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뒤플로 교수는 “보편적 기본소득의 단점은 수혜 대상에서 아무도 배제하지 않기 때문에 돈이 많이 든다는 것”이라며 “한국과 같은 국가에선 조건부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부연했다.

그는 다만 “(조건부 지급수준은) 저소득층 가정이 코로나19와 같은 큰 위기에 직면하더라도 기존 삶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라고 느낄 수 있어야 할 정도의 지원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생존이 아닌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에서 파격지원해야 한다는 얘기다.

뒤플로 교수는 지원방식과 관련해선 현금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대부분 나라들은 가난한 사람에게 직접 현금을 주면 엉뚱한 곳에 충동적으로 다 쓰거나 나태해질 것을 우려하지만 이 주장에 근거는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현금 이전 프로그램으로 돈을 받게 된 사람들은 자신의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정신적 여유와 활력을 갖게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현금 지원 넘어 일자리 정책도 필요”

뒤플로 교수는 저소득층 지원이 현금 지원을 통한 소득 보장에 그치지 않고 일자리 정책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금 이전 프로그램과 함께) 유용한 서비스가 생산되고 유의미한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정부 지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속 정부의 확장재정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뒤플로 교수는 “사용 여부도 불투명하고 이익도 남지 않은 보건 인프라에 큰 투자가 가능한 주체는 정부밖에 없다”며 “대규모 경제구제 패키지 단행을 위해 엄청난 재정지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주체 역시 정부 외엔 없다”고 지적했다.

뒤플로 교수는 아울러 저금리가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며 자산에 대한 세금 부과 필요성을 지적했다. 그는 “낮은 금리가 자산 가격 상승을 가져오며 불평등을 증가시키는 원인”이라며 “장기적으로 장기간 동안 금리를 낮추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산 가격이 오르락내리락해 불평등을 초래하고 결국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 더 큰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해선 자산에 대한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은 이미 선진국…경제성장률 얽매일 필요 없다”

‘경제성장률’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뒤플로 교수는 “한국이 다른 국가들을 따라잡던 때와는 비교가 된다”며 “선진경제 대열에 합류했기 때문에 성장률이 더 높아지는 것은 어려워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 신경 쓰기보단 현재 사람들이 어떠한 삶을 살고 있는지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에 대해선 높게 평가했다. 뒤플로 교수는 “개인의 자유와 경제발전을 존중하고 디지털 혁명으로 촉발된 전환과 파괴를 훌륭히 관리하는 한편 기후변화까지도 고려하는 바람직한 사회보호 시스템을 전 세계에 지속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극찬했다.

그는 특히 한국판 뉴딜의 세 축 중 하나인 사회안전망 강화와 관련해 “신경제(new economy) 시대엔 패자로 전락하는 사람들이 발생한다”며 “이들이 도움을 받으면서도 자존심을 잃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뒤플로 교수는 빈곤 퇴치 기여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남편인 아브히지트 바네르지 MIT 교수와 함께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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