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법 개정 "노동기본권 보장 못해" vs "기업 존립에도 영향"

김소연 기자I 2020.10.21 19:41:59

ILO 비준·노조법 개정 노사정 토론회 개최
勞 "정부안, 노조활동 제한 명백한 노동 개악"
使 "해고자 복직투쟁 등 대응장치 없다…우려 커"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정부의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놓고 노동계와 경영계의 반대가 이어지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정부의 노조법 개정안이 노동 기본권을 보장하지 못하고, 오히려 개악과 다름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경영계에서는 노조법 개정이 중소·중견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고, 노사 관계가 성숙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기업의 경영활동에 문제를 일으켜 사업장의 존립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21일 서울시 중구 서울로얄호텔에서 열린 노조법 개정 관련 노사정 토론회에서 노사정에서 참가한 패널들이 노조법 개정 문제에 관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勞“사업장 내 점거 금지·비조합원 활동 제한 개정해야” VS 使“노조 집중투쟁에 대응 장치 없어”

21일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열린 ‘노조법 개정 상생의 길을 찾는다’ 토론회에서 이같은 논의가 이루어졌다.

정부는 아직 비준하지 않은 ILO 핵심협약 4개 가운데 결사의 자유에 관한 87호와 98호, 강제노동 금지에 관한 29호를 비준하기로 하고 국회에 이들 3개 핵심협약 비준안과 함께 노조법 등 관련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노조법 개정안은 ILO 핵심협약에 담긴 국제노동기준을 반영한 것으로, 노조법 개정안의 경우 실업자와 해고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내용이 골자다.

발제자로 나선 윤애림 서울대 고용복지법센터 박사는 “정부의 노조법 개정안 중에서 결사의 자유 원칙에 위배되는 부분이 있어, 추가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윤 박사는 “종업원이 아닌 조합원 등의 조합활동을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 이들은 조합원 수 산정·파업투표·근로시간 면제 제도에도 포함되지 않는, 카운트가 안 되는 존재다. 사업장 내 점거 형태의 쟁의행위 제한은 사용자의 시설 관리권과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에서 정당한 조합활동은 인정해왔다”고 지적했다.

노동계에서는 정부 입법안이 개악됐다며, 지금대로 개정안이 통과하면 노동조합 활동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조법 개정이 오히려 ‘결사의 자유’ 등을 보장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신인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법률원장은 “정부 개정안대로 통과하면, 직장 내 점거 금지의 경우 노조가 파업할 때 공터에서 파업집회를 해야 한다”며 “게다가 종사자가 아닌 조합원의 조합활동 제한은 실질적으로 제3자 개입금지와 마찬가지 영향을 줄 것. 산별 노조 위원장이 지부 사업장에 들어갈 수도 없다”고 비판했다.

반면 경영계는 해고자·실업자 등이 노동조합에 가입해 활동할 경우 기업 경영 활동에 문제를 받아 사업장 존립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준희 한국경영자총협회 노사관계법제팀장은 “해고자 등의 무조건적인 복직 요구나 근로조건 이외의 조항, 정치적인 사유로 인한 교섭 요구 등에 대해 거부할 장치를 마련하지 않고 노조법을 개정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숙한 노사관계가 만들어져 있지 않고, 경험이나 역량을 갖추지 못한 중소·영세 사업장에서 노동계가 집중 투쟁 할 경우에는 사업주 대응이 어려워, 사업장 존립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재근 대한상의 상무 역시 해고자와 실업자가 사업장 내 출입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고자나 실업자는 원칙적으로 개별 기업과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다. 노조 가입을 허용하더라도 사업장 출입은 원칙적으로 제한하는게 맞다”며 “웬만한 회사나 정부도 마찬가지로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하지 않는가. 필요하다면 사업장 밖에서 활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21일 서울시 중구 서울로얄호텔에서 열린 노조법 개정 관련 노사정 토론회에서 민주노총 전국대리운전노조 관계자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뒤에서 노동기본권 보장을 주장하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ILO 핵심협약 선(先)비준 왜 안 되나…정부 “노사 갈등 극렬해질 것”

신 법률원장은 “노사가 모두 노조법 개정에 반대하고 있다”며 “다만 ILO 핵심협약 비준 필요성에 대해서는 노사정 다툼이 없다. 우선 ILO 협약을 비준하면 된다”고 선비준 후개정 주장을 제시했다. 그는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고 나면 1년간 유예기간이 있다. 이때 ILO는 어떻게 법을 개정해야 하는지, 국제기준에 따른 조언을 한다. 우리는 이를 수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선(先)비준은 어렵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토론에 참여한 류경희 고용노동부 노사협력정책관은 “이번 정부안은 법률 심의 과정에서 여러 형태로 검토할 수 있다”고 전제를 제시했다.

이어 류 정책관은 “(선비준 논의에 대해) ILO가 대한민국 노동행정을 좌지우지할 순 없다. 정부는 개정안을 내고 분명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에 조율 작업이 필요하다”며 “ILO가 1년의 기한을 주고 노조법을 개정하라고 한다면, 노사가 100% 수용 가능하겠나. 이럴 경우 노사 대립은 오히려 더 극력해질 것”이라고 답했다.

정부는 오는 11월 국회에서 노조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를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제출한 노조법 개정안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승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ILO 기준에 완전히 부합하는 내용의 노조법 개정은 현실적이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이번 한번으로 국제 기준에 맞게 완전히 법을 개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이번 개정은 출발점이지 종착점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재갑 장관은 이날 토론회에 참석해 “11월에는 국회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조법 개정안이 심도있게 논의될 것”이라며 “노조법 정부 개정안뿐 아니라 여야가 제출한 6개 노조법 의원 입법안이 함께 논의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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