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다 살아났는데 또"…영업금지 악몽 재현될까 소상공인 `시름`

이용성 기자I 2020.11.16 17:09:53

코로나19 확진자 사흘 연속 200명대
소상공인 "영업 또 못하게 될까 걱정“
방역당국 거리두기 격상 두고 고심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조금 나아지나 싶었는데, 저번처럼 영업을 또 못할까 걱정이에요”

16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 백반집에서 점심 장사를 준비하던 이모(60)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밤 9시 이후 손님을 받을 수 없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종료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매출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씨는 “술 파는 데만 좀 나아졌지 나머진 아직까지 다 힘들다”며 “거리두기 단계가 또 올라가면 손님이 더 줄어들 것”이라고 토로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가 시행된 지난 9월 서울 중구 명동 일대의 한 음식점이 텅 비어있다.(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수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자 소상공인들이 시름이 다시 깊어지고 있다. 지난 8월과 9월 강화된 2단계 거리두기 조치 탓에 오후 9시 이후 밤 영업을 하지 못했던 악몽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박모(46)씨는 “코로나19 이전 매출은 바라지도 않는다”라며 “거리두기 단계가 올라가서 지금 오는 손님마저 줄어들면 장사를 접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A(42)씨도 “손해가 계속 누적되고 있어서 (코로나19가) 더 확산하면 많이 힘들어질 것”이라며 “감염증이라는 게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느냐. 손 쓸 방도가 없다”고 덧붙였다.

유흥업계 상황도 심각하다. 오호석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지금 현재도 손님이 없어 거의 휴무나 다름없을 정도로 어려운데, 또다시 코로나가 퍼져 영업에 제재가 가해지면 다 문을 닫아야 하는 결론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자진 폐업을 결정하는 유흥업소도 속속 나올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다 망하는 거다”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3일 연속 200명대를 기록하는 등 일상감염 증가세가 가파르자 방역당국이 거리두기 단계 격상을 두고 고심에 빠졌다. 거리두기 단계를 격상하자니 서민 경제가 걱정되기 때문이다.

지난 7일부터 방역당국이 새롭게 설정한 거리두기 1.5단계 전환 기준은 주 평균 국내발생 일일 확진자 수가 수도권 100명 이상, 타 권역 10~30명 이상이다. 의료체계의 통상 대응 범위를 위협하는 수준의 바이러스 유행도 1주 이상 이어져야 한다. 16일 0시 기준 아직 거리두기 1.5단계 전환 기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확진자 증가 추세를 보면 거리두기 격상 시기가 더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단계에서 1.5단계로 격상되면 노래연습장 등 중점관리시설에서는 음식 섭취가 금지된다. 또한, PC방·결혼식장·목욕탕·영화관 등 일반관리시설으로 분류된 다중이용시설은 이용이 제한된다. 식당과 카페는 50㎡(약 15평) 이상의 시설은 모두 테이블 간 1m 이상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수준에서 사람 간 접촉을 줄이지 않으면 2~4주 후에 하루 신규 확진자가 300명에서 400명 가까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도 15일 “지금의 증가세를 꺾지 못하면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이 불가피하며 이는 우리가 이미 경험한 대로 국민의 일상과 서민경제에 큰 어려움을 야기하는 만큼 단계 격상 없이 1단계에서 억제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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