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재정준칙, 경기 상황 맞춰 짜야”…조만간 최종안 확정

이명철 기자I 2022.08.18 17:41:46

조세연-행정학회, 재정준칙 컨퍼런스 개최
“경기후퇴시 재량정책 후 수지 등 복귀 노력 필요”
국가채무 60% 넘으면 관리재정수지 -2%로 축소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국가의 재정건전성을 지킬 수 있는 재정준칙을 만들 때 경기 상황에 대응해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 나왔다. 정부가 재정준칙 최종안 확정을 앞둔 가운데 법적 구속력을 갖추면서도 경제 위기 시에는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방향으로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과 한국행정학회가 공동 개최한 재정준칙 컨퍼런스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조세연)


박노욱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8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대강당에서 열린 조세연과 한국행정학회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재정준칙 컨퍼런스’ 중 ‘바람직한 재정준칙 설계방향은 무엇인가?’ 주제 발표를 통해 “경기 위기 상황과 통상적 형태 경기 사이클에서 발생하는 상황에 대응해 준칙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재정준칙 설정을 위해서는 우리 경제 여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현재 우리 국가채무가 낮은 수준이지만 중기로 볼 땐 증가율이 높고 지속적으로 적자가 누적되는 구조다. 장기적으로는 사회보장성 기금 개혁 없이 부채비율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다.

경기에 대응한 재정정책은 △재정의 자동안정화 기능 △경기 후퇴기 재량적 재정정책 △위기 상황에서 재정정책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에 맞춰 준칙도 마련해야 한다고 박 연구위원은 진단했다.

박 연구위원은 “통상적인 경기변동은 재정의 자동안정화 장치로 대응할 수 있다”며 “경기 후퇴가 통상적 경기 변동 범위를 벗어나면 일정 범위 내 재량적 재정정책을 추진하되 사후 조정을 통해 재량적 재정지출로 누적된 채무를 해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팬데믹, 경기침체 등 특수한 위기 상황이 발생한 경우 예외조항을 통해 준칙 적용을 중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재정준칙을 마련하면서 경기에 대응한 내용을 반영할 계획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컨퍼런스에 참석해 “국내총생산(GDP)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3%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하고 국가채무비율이 60% 초과 시 적자 폭을 2%로 축소토록 설계하겠다”며 “경제 위기 등 불가피한 상황에선 준칙 적용을 면제하되 위기 종료 시 건전화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위원은 이와 관련해 재정준칙에서 벗어나면서 발생한 국가채무를 기록하는 계정을 신설하고 일정 규모를 벗어나면 일정 기간 내 해소하도록 하는 명시적 규정 도입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18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과 한국행정학회가 공동 개최한 재정준칙 컨퍼런스에서 토론자들이 종합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조세연)


전문가들은 보다 엄격한 재정준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국가채무비율을 50%대 초반 또는 최대한 50%대 중반 이하로 잡을 필요가 있다”며 “국가채무를 전혀 늘릴 수 없는 것이 아니고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면 거기에 따라 국가채무도 늘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준칙을 준수하도록 예산편성, 심의, 집행, 환류 전과정에서 거시재정운용이 강조되도록 전반의 제도정비가 함께 필요하다”며 “행정부의 정치적인 재정 계획, 전망, 분석을 통제하기 위한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재정위원회도 신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재정적자 관리가 아닌 재정흑자를 보장할 준칙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배인명 서울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스웨덴처럼 재정수지 흑자를 GDP대비 몇퍼센트 이상 유지해야 한다는 재정 ‘흑자’ 준칙도 마련돼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지속 재정적자가 발생해 국가부채는 증가세를 면하지 못하고 국가적 위기를 극복할 재정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조만간 재정준칙을 확정하고 법제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추 부총리는 “재정준칙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적 책무로 어떤 일이 있어도 미루거나 외면할 일이 아니다”라며 “조만간 재정준칙 최종안을 확정하고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정준칙 법제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