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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수석부회장의 이같은 행보는 배터리 3사간 기술과 가격 경쟁을 유발해 현대·기아차가 전기차 개발에서 배터리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배터리 3사 입장에선 현대차는 중요한 고객이다. 배터리 3사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안정적인 수요를 낼 수 있는 고객사가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주요 고객 중 하나인 폭스바겐 등 유럽의 전기차 업체들은 배터리 내재화를 목표로 지속적인 연구개발에 힘쓰고 있다. 또한 BYD, CATL 등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자국 정부의 보호막 아래 급성장하고 있는 등 후발주자의 추월에도 신경 써야 한다.
문용권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난 2년간 현대·기아차는 숙련된 2차 전지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단순 외부조달 외 다른 생존 방안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배터리 3사와의 협상력이 강화될 수 있는 대목”이라며 “현대차그룹은 2022년부터 전기차 차종별로 배터리 공급사를 따로 선정할 것으로 보이는 등 한마디로 배터리사와의 관계에서 갑의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현대차그룹이 배터리 업체들과의 수주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주가 성적은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29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현대차(005380)와 기아차(000270)는 이달 들어 이날까지 0.3%, 6.3% 각각 하락했다. 반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삼성SDI는 각각 25.4%, 9.7%, 1.1% 상승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성장주 강세, 전통산업 약세란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셈으로, 현대차와 배터리 3사 간의 이번 만남이 주가엔 작용하지 않은 것이다. 향후 주가 반등을 위해선 합작 법인 설립 등 구체적인 계획이 나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 연구위원은 “이미 3개 배터리 업체가 현대·기아차 외에도 다른 고객사를 확보하며 경쟁 관계에 있기 때문에 4개 그룹이 합동으로 참여하는 협력관계는 차세대 공동 기술 개발 등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며 “시대를 불문하고 기업 간의 협업이 이상대로 흘러가는 경우는 많지 않았는데,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갈 수 있다는 격언이 있듯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동상이몽을 지양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