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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진출 크립토닷컴…업비트·빗썸 양강 구도 깨지나

김가은 기자I 2024.04.03 17:58:32

크립토닷컴, ''김프'' 없는 거래·스포츠 혜택 내세워
''크로노스''로 결제 가능한 비자카드 혜택도 제시
업계 "원화마켓 전환 성공해도 락인 효과 뛰어넘기 힘들어"

[이데일리 김가은 기자] 8000만 이용자를 보유한 글로벌 10위권 가상자산 거래소 크립토닷컴이 한국 시장 진출을 선언하면서 향후 업계 판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이 쏠린다. 관건은 두나무가 운영하는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와 빗썸이 국내 시장 점유율 90%를 차지한 가운데 크립토닷컴이 이들의 ‘락인 효과’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 여부다.

(사진=픽사베이)
지난 2일 크립토닷컴은 가상자산과 가상자산을 교환하는 ‘코인마켓’으로 시작해 향후 원화마켓으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오는 11월 만료되는 가상자산사업자(VASP) 라이선스 연장과 함께 은행 실명계좌를 발급받아 원화마켓까지 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쉽게 말해, 국내 5대 원화거래소인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과 경쟁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기존 국내 거래소와의 차별점으로는 ‘김치 프리미엄’ 없는 거래 가격을 꼽았다. 김치 프리미엄은 국내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가상자산 가격이 해외보다 높게 나타나는 현상을 의미한다. 같은 시간에 가상자산을 거래해도 해외보다 국내 거래소에서 가격이 비싸게 형성된다. 이는 공급보다 수요가 높아 발생한다. 매수세가 몰릴 수록 프리미엄이 높게 형성되는 구조다.

크립토닷컴의 계획대로 김치 프리미엄이 없는 가격으로 국내 거래가 가능해질 경우 한국 투자자들은 해외 거래소보다 더 비싼 가격에 가상자산을 매수할 필요가 없어진다. 결국 기존 국내 거래소 투자자들이 크립토닷컴으로 몰릴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패트릭 윤 크립토닷컴코리아 사장은 “크립토닷컴은 글로벌 거래소로써 디지털 자산을 글로벌 가격으로 가져오기 때문에 한국 투자자들에게 제일 합리적인 가격을 제공할 수 있다”며 “글로벌 유동성을 바탕으로 다른 국내 거래소보다 낮은 가격으로 디지털 자산을 매매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크립토닷컴과 제휴 중인 스포츠 팀(사진=김가은 기자)
크립토닷컴이 협업 중인 다양한 스포츠 팀, 비자카드 등과 연계해 한국 투자자들에게 혜택을 주겠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현재 크립토닷컴은 △UFC △포뮬러원 △파리생제르맹 △NBA 등 다양한 스포츠 팀을 후원하고 협업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비자카드와 제휴해 자체 가상자산 ‘크로노스(CRO)’를 결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 선불카드도 제공 중이다.

패트릭 윤 사장은 “크립토닷컴이 잘하는 것 중 하나가 글로벌 스폰십”이라며 “파리생제르맹 축구팀 뿐만 아니라 LA레이커스, 포뮬러원, UFC 등 스포츠 자산이 많이 있고, 국내 투자자들에게 이런 부분에서 많은 혜택을 줄 것”이라고 역설했다.

업계에서는 크립토닷컴이 은행 실명계좌를 발급받지 못할 가능성이 존재하고, 설령 원화마켓으로 전환하더라도 유의미한 점유율을 기록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기존 플랫폼에 익숙해져 고착화돼 있는 이용자들을 끌어들이기가 어려워서다. 이는 빗썸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빗썸은 지난해 10월 고객 확보를 목적으로 업계 최초 수수료 무료화 정책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한 때 일일 거래량이 업비트를 웃돌기도 했으나 장기적인 효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크립토닷컴이 지닌 자금세탁 등 리스크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며 “코인마켓까지는 가능성이 있으나, 원화마켓 거래소까지 터줄 지는 반신반의다”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원화마켓 전환이 가능해진다면 좀 더 살펴봐야하겠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글로벌 거래소라는 명성은 있지만 국내에서 90% 이상 점유율을 차지 중인 업비트와 빗썸이 보유한 기존 투자자들을 뺏어오기에는 힘들 것으로 본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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