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기업 사외이사 절반 '대학교수'…찬성률 99% '거수기' 역할

오희나 기자I 2020.09.23 16:58:28

대학교육연구소,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 사외이사 전수 조사
대학교수 188명, 전체 사외이사 절반 수준..서울대 '최다'

[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국내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의 사외이사중 대학교수가 4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외이사 겸직 교수 대부분이 안건에 99% 이상 찬성함으로써 ‘거수기’ 노릇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대학교육연구소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의 올해 1분기 보고서를 통해 사외이사 423명에 대한 전수 조사한 결과, 대학교수가 188명으로 44.4%를 차지했다. 이중 서울대 교수가 47명(25.0%)으로 가장 많았고 고려대 29명(15.4%), 연세대 19명(10.1%), 중앙대 12명(6.4%), 성균관대 11명(5.9%) 등 순이었다. 이들 대학을 포함해 상위 10교가 차지하는 비율은 78.2%(147명)에 달해 쏠림 현상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사외이사 겸직 교수들은 법에 규정된 기간을 초과해 재직하거나 해당 기업의 주식을 1억원 넘게 보유한 경우도 있었다. 특히 교수들은 대부분의 안건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나 ‘거수기’ 역할을 했다는 지적이다.

상법 시행령에 따르면 특정 사외이사가 한 상장회사에서 6년을 초과해 재직할 수 없다. 사외이사 연임이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홍준표 울산대 의과대학 교수는 네이버의 사외이사 재직기간이 7년에 달했고, 김대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대글로비스에서 8년째 사외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외이사로 겸직한 기업의 주식을 소유한 교수도 14명에 달했다. 조이수 한동대 교수는 메리츠화재 주식 1만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3월31일 기준 평가금액은 1억2000만원에 달했다. 김동석 KAIST 교수 또한 메리츠화재 주식 4500주를 보유했고(5500만원), 진영호 고려대 교수는 현대해상 주식 3917주(8900만원)를, 이지환 KAIST교수는 메리츠화재 주식 3000주(3700만원)를 보유했다. 이은택 중앙대 교수는 현대제철 주식 2000주(3600만원), 안규리 서울대 교수는 삼성전자 1200주(5700만원)를 보유했다.

특히 1분기에 개최한 회의에 사외이사로 참석한 교수 184명은 의결권이 없거나 회의에 불참한 경우를 제외하고 총 1897개 안건에 표결했는데 찬성 의견이 1887건으로 사실상 모든 안건에 찬성했다.

교수가 전문성을 활용해 기업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지배구조 개선에 기여하도록 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의 취지가 무색하게 교수가 기업으로부터 보수를 받으며 ‘거수기’ 역할을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대학교육연구소는 교육공무원법에 따르면, 교수가 기업 사외이사를 겸직하기 위해서는 소속학교 장의 허가를 받고 해당 기업으로부터 받은 보수 일체를 보고해야 하지만 각 대학이 교수들의 겸직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조차 알 수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정보공개청구를 하더라도 대학이 개인정보 등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교수 사외이사 겸직은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교수 본연의 업무인 교육·연구 활동에 소홀할 우려, 구체적 영리업무에 관여해 학자로서의 중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사외이사 겸직 교수가 해당 기업 또는 그 계열사로부터 연구수탁을 받거나 연구수탁을 받은 몇 년 후 해당 기업 사외이사로 취임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김효은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사외이사 제도는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견제하고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도입됐다”면서 “사외이사 겸직 교수 대부분이 해당 기업으로부터 연 1000만원 이상의 보수를 받고 있음에도 연구수탁까지 받는 것은 이러한 취지에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사외이사 업무의 독립성을 해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관련 현황을 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어 “교수의 사외이사 겸직 현황은 대학이 관련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공개할 의무가 있다. 교육부도 대학이 관련 정보를 공개하도록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대학정보공시 시스템인 대학알리미에 공개해 대학구성원이 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영상 뉴스

더보기

오늘의 포토

더보기

카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