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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 금지' 임박했지만…택시기사들 "코로나19 때문에 못 살겠다"

김보겸 기자I 2020.03.06 18:51:20

6일 국회 본회의서 '타다 금지법' 처리 앞뒀지만
택시기사들 "7만원 버는데 사납금 13만5000원"
하루 사납금 '할당량' 못 채우면 월급에서 깎여
기사들 "자금 지원달라"…타다도 '기본소득' 주장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하루 13시간 꼬박 일하고도 사납금의 절반밖에 못 법니다.”

멈춰 선 택시 (사진=연합뉴스)


6일 오후 9시 국회 본회의에서 일명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 처리를 앞두고 있지만 타다 금지를 주장해 온 택시기사들은 울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승객이 뚝 떨어진데다가 하루 10시간 이상 영업을 해도 사납금조차 채우기 어려워서다. 택시기사들은 물론 택시업계와 대립하고 있는 타다도 정부에 소정의 ‘기본소득’을 요구하고 있어 주목된다.

◇“출근하면 오히려 마이너스…무급휴가 꿈도 못 꿔”

서울 강서구 택시업체에서 일하는 안모(70)씨는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기 시작한 2월 중순부터 수입이 절반으로 줄었다. 안씨는 “하루 사납금이 13만5000원인데 코로나19 확산 이후 하루에 7만원, 많이 벌어야 10만원을 겨우 번다”며 “출근하면 오히려 수입이 마이너스가 된다”며 울분을 토했다.

차라리 무급휴가를 달라고 회사에 요구하고 싶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법인택시 근무 조건인 ‘26일 만근 근무제’를 따르기 때문이다. 서울의 법인택시 기사들은 한 달에 26일을 꼬박 채워 일하는 조건으로 근로계약서를 쓴다. 따라서 법인택시 기사들이 한 달에 내야 하는 할당량은 총 351만원(13만5000원X26일)이다. 이를 채우지 못하면 해당 달 수입에서 공제가 되기에 무급휴가 얘기를 꺼낼 수도 없다는 게 안씨 설명이다.

안씨는 “그럼에도 휴가를 쓰려면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사이에 사무실로 들어와서 전무한테 허락을 받으라더라”라며 “한참 바쁜 시간에 굳이 사무실로 들어오라는 건 사실상 휴가를 쓰지 말라는 얘기”라고 토로했다.

1평짜리 차 안에서 13시간 이상 운행을 하는 것도 부담이다. 안씨는 “밀폐된 공간에 오래 있으면 위험하다기에 창문을 조금이라도 열고 싶지만 손님들이 싫어해 그러지도 못한다”며 “회사 차원에서 마스크를 지급해주지 않아 사비를 들여가며 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4일 오전 경기 수원시 장안구 수원종합운동장에서 택시조합 관계자들이 택시 소독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측 “회사 운영도 어려워…사납금 인하 논의 중”

법인택시 회사는 최소 비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전국택시노조 관계자는 “택시 회사들도 영업 상황이 좋지 않아 무급휴직을 쓰게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규모가 작은 회사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부도가 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코로나19가 심각하게 확산하는 부산이나 대구 지역에서는 택시기사들의 고충을 덜어주고자 사납금을 4만원가량 인하하기로 결정했고, 서울에서도 노사가 사납금 문제를 두고 협의 중”이라고 해명했다.

이재웅 쏘카 대표 (사진=뉴시스)


◇이재웅도 택시기사도 “기본소득 지급하라”

하지만 사납금 인하가 택시기사들이 겪는 생계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긴 어렵다. 이들은 정부가 현금이나 상품권 등을 지급해 수익을 보전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국 법인택시 기사는 11만여명으로 이들 중 40%가 60대 이상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가장으로 추정된다. 서울 법인택시 기사의 월평균 수입은 200만원 수준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코로나19의 여파로 수입이 150만원 수준으로 줄었다.

신성우 서울택시연합 노조위원장은 “11만 법인택시 기사의 부양가족까지 합치면 50만명 가까이 되는데, 한 달에 150만원만 갖고서는 ‘땟거리(끼닛거리)’도 못 산다”며 “나라에서 엉뚱한 데 돈 쓰지 말고 앞으로 3~4개월정도는 인당 30만원씩이라도 지원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서울지역 법인택시기사 강모(50)씨 역시도 “택시기사들이 코로나19 때문에 수익이 많이 떨어졌는데 현금이든 상품권이든, 아니면 김치나 라면 같은 현물이든 생계 유지를 할 수 있도록 보전해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택시업계와 대립하고 있는 타다 측도 유사한 주장을 하고 있다. 이재웅 대표는 지난달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어려운 국민들에게 재난국민소득 50만원을 지급해 달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코로나19로 당장 소득에 타격을 입는 계층에게 마스크를 사고 집세를 내는 등 생계를 유지하도록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법 통과는) 아니다”라면서 “1만 타다 드라이버는 갈 곳이 없다. 법안 처리를 반대해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4일 타다 금지법(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11인승 이상 16인승 이하 렌터카를 관광 목적으로만 빌려 주고, 공항이나 항만에서만 이용하도록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여야는 6일 오후 9시 본회의를 재개하고 이 법을 처리할 예정이다. 1년 6개월 후 시행이지만 타다 측은 본회의 통과 시 조만간 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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