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쳐야 산다"…위기 속 합종연횡 강화하는 삼성·SK·LG

신민준 기자I 2020.10.29 16:18:39

삼성전자, CJ올리브네트웍스와 인공인간 사업 협력
SK하이닉스, 인텔과 윈윈…낸드사업 보완 옵테인 집중
LG전자, 일렉트로룩스와 냉장고 제빙기술 공유

[이데일리 신민준 기자] 국내 전자기업들의 합종연횡(合縱連橫)이 강화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경기 전망이 불투명한데다 기업간 경쟁까지 치열해지면서 동종·이종기업간 협력 강화를 통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사업부문의 경쟁력을 보완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프라나브 미스트리 삼성전자 스타랩스장 전무(가운데)가 지난 23일 차인혁 CJ올리브네트웍스 대표(오른쪽 화면 속)와 인공인간 사업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 인텔과 제품 위탁생산 협력 가능성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는 미래 기술 사업화 벤처 조직인 스타랩스의 인공인간 프로젝트 네온(NEON) 사업의 첫 파트너로 CJ올리브네트웍스와 손을 맞잡았다.

양사는 인공인간 인공지능(AI) 기술 공동 협력과 인공인간 기반 미디어 사업협력을 진행키로 했다. 또 양사간 상호 발전과 우호증진에 필요한 사항들도 적극적으로 협력한다는 계획이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삼성과 CJ그룹은 경영권 분쟁으로 2세 경영자간 앙금이 쌓였던 사이라는 점이다. 이재현 CJ회장의 지난 25일 고(故) 이건희 회장 조문을 계기로 양그룹의 화해모드가 조성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또 인텔과의 협력 가능성도 점쳐진다. 라자 코두리 인텔 수석 부사장은 전날 ‘2025년까지 AI를 위한 1000배 빠른 컴퓨팅’이라는 주제로 삼성전자 세이프포럼(SAFE 2020)에서 발표했다. 앞서 코두리 부사장은 지난해 4월 삼성전자 용인 기흥사업장 앞에서 찍은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기도 했다.

이처럼 양사 관계가 돈독해지고 있는 만큼 인텔이 자사 제품 위탁생산(파운드리)을 삼성에 맡길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인텔은 지난 7월 2분기 실적발표에서 7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중앙처리장치(CPU) 출시 연기를 공식화하면서 위탁생산을 언급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경기 화성 S3 라인에서 업계 최초로 극자외선(EUV) 기반 7나노 칩을 양산했다. 삼성전자는 5나노미터 공정 개발에도 성공한 상태다. 인텔의 경쟁기업인 AMD가 대만 TSMC와 거래하고 있다는 점도 삼성전자로의 위탁 생산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7나노 이하 미세공정 기술을 가진 회사는 삼성전자와 TSMC뿐이다.

“선택과 집중 나서며 부족한 점 협력으로 보완”

SK하이닉스(000660)도 90억달러(10조3104억원) 규모의 인텔의 낸드사업부 인수를 통해 향후 양사간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는 분석이다. 먼저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낸드메모리 시장 점유율 2위로 상승한다.

SK하이닉스는 또 상대적 약점으로 꼽혔던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낸드를 이용해 만든 저장장치)와 컨트롤러(낸드 등과 함께 SSD를 구성하는 핵심 부품) 기술력도 갖추게 됐다. SK하이닉스는 낸드사업부 내 매출 약 60%가 모바일 부분에 치중된 구조였다.

인텔도 이번 낸드사업부 매각으로 차세대 메모리인 옵테인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옵테인은 DRAM과 낸드 사이에서 중간 역할을 하는 기억장치다. D램(속도)과 낸드(비휘발성·전원이 꺼져도 메모리가 삭제되지 않음) 장점을 모두 갖췄지만 가격이 비싸다는 점이 단점이다. 인텔은 옵테인 집중하는데 따른 D램과 낸드 사업 등의 부족분을 SK하이닉스를 통해 채울 수 있다.

LG전자는 프렌치도어 냉장고에서 얼음을 만드는 제빙 기술에 관한 특허에 대해 스웨덴 가전업체 일렉트로룩스와 사용계약을 체결했다. LG전자는 일렉트로룩스로부터 로열티를 받을 수 있고 일렉트로룩스는 제품의 기술 경쟁력을 한층 더 높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자기업들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선택과 집중에 나서는 점도 합종연횡을 강화하는 한 요소”라며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 등 기술·제품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드는 시간과 비용도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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