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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 일시적, 값 싸진 채권 더 사라"…금리 우려 낮춘 美월가

이정훈 기자I 2021.03.17 15:59:58

`자산운용 공룡` 블랙록 "인플레·연준긴축 우려 시기상조"
듀레이션 전략 `중립` 상향…"하이일드채·中채권 살 때"
롬바드 오디에도 "인플레 일시적…신흥국 장기채 매력"
핌코·구겐하임 등도 "인플레 따른 금리 상승 과해" 동조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당초 예상보다 서둘러 통화부양 기조를 접을 지도 모른다는 시장 우려는 과도하며, 이에 따른 금리 상승은 회사채를 저가에 매수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월가에서 잇달아 나오고 있다.

미 국채와 글로벌 회사채 및 하이일드본드 수익률지수 추이 (블룸버그)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PB전문은행인 롬바드 오디에는 “경제 성장세가 반등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물가 상승이 일시적으로 보인다”며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의 장기 회사채를 매입하라고 권고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역시 같은 이유로 하이일드 회사채와 중국 채권 등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최근 글로벌 채권금리 상승의 배후에 있는 인플레이션 전망을 둘러싸고 크게 두 진영으로 나뉘고 있는데, 한때 `채권왕`으로 불렸던 빌 글로스나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릿지워터 어소시에이츠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커질 것이라고 보는 반면 롬바드와 블랙록 등은 이와 대조적인 의견을 내고 있는 셈이다.

니라즈 세스 블랙록 아시아 크레딧부문 대표는 이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 우려와 그에 따른 연준 정책 변화에 대한 걱정은 아직까지 시기상조”라고 판단하면서 “경제활동 정상화로 인해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더 뛸 순 있겠지만, 아직 그 추세는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를 운용했던 핌코나 구겐하임 인베스트먼트도 인플레이션과 그에 따른 금리 상승 불안이 다소 과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구겐하임은 최근 보고서에서 “인플레이션 지표를 보면 앞으로 그 오름세가 둔화될 것”이라고 점쳤다. 애버딘 스탠더드 인베스트먼트 역시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아주 높이 치솟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디라즈 바자즈 롬바드 아시아 크레딧담당 대표 역시 “최근 장기적인 인플레이션 전망과 그에 따른 채권 매도세는 오히려 채권을 더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라고 평가하며 “특히 회사채가 더 싸졌다”고 추천했다. 이어 그는 “회사채는 올초에 비해 훨씬 더 매력적인 상황”이라며 “회사채를 더 사고 듀레이션(평균 잔존만기)을 늘리는 것은 지극히 논리적인 대응”이라고 강조했다.

바자즈 대표가 운용하고 있는 ‘아시아 밸류채권펀드’는 최근 3년 간 동종 펀드들 중에서 상위 4% 이내에 들 정도로 수익률이 좋다. 이 펀드는 올초 이후 벤치마크에 비해 펀드 내 듀레이션을 1.4년 이상 더 늘린 상태다. 그러면서도 그는 “앞으로 미 10년만기 국채 금리가 1.8~1.9%까지 오른다면 장기 채권 보유를 더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블랙록 역시 지난달 채권 펀드의 듀레이션 포지션을 ‘비중 축소’에서 ‘중립’으로 상향 조정하며 중국 역내 채권 보유를 늘리도록 권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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