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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장 선 쿠팡 “사망 노동자에 심심한 위로… 과로사 확정 아냐”

김무연 기자I 2020.10.26 16:20:32

이날 환노위 종합국감 엄성환 쿠팡 전무 출석
칠곡 노동자 사망 “과로사 여부는 근로복지공단 판단"
물류센터 노동자 인권침해 지적엔 “안전 위한 것”
10월에만 택배 노동자 6명 사망… 택배사, 대책마련 분주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쿠팡이 지난 12일 경북 칠곡에 위치한 물류센터에서 20대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을 사과하고 안전을 위해 인력과 시설 투자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아직까지 사망 원인이 과로라고 결론이 난 상황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26일 환노위 종합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엄성환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전무(사진=국회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쿠팡 “유족에게 심심한 위로 전달… 과로사 확정 아냐”

26일 환경노동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 여당 의원들은 최근 잇따라 발생한 택배 노동자 사망 사건 관련 증인으로 참석한 엄성환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전무에게 맹공을 쏟아부었다. 엄 전무는 “고인과 그 가족분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달 드리고 의원 지적 사항을 면밀히 조사하겠다”라면서도 쿠팡에 대한 비판은 적극 방어했다.

강은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쿠팡은 사망한 노동자가 과로사 한 것이 아니라고 하는데, 야간 노동자는 실 근무시간에 30%를 가산해야 한다”라면서 “사망 노동자는 9월 근무 기록을 보면 한 주간 실 근무 58시간, 가산할 경우 약 69시간에 달하는 근무를 했다”고 지적했다.

엄 전무는 사인이 과로사라는 비판에는 “근로복지공단에서 판단할 문제”라면서 말을 아꼈다. 이어 “사망 노동자는 휴일과 근무시간을 본인 의지로 선택할 수 있었고, 특수 건강검진을 받지 못한 이유는 단기직 근로자라 출퇴근이 명확하게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쿠팡의 택배 노동자 인권 침해를 비판했다. 윤 의원은 “쿠팡은 산재 신청을 했거나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노동자들의 근무자용 앱 접속을 차단해 근무자의 근로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라면서 “일용직·계약직의 경우 물류센터에 들어가기 전에 휴대전화를 모두 반납해야 하고 화장실에 갈 때에도 보고를 해야 한다”고 언성을 높였다.

엄 전무는 “앱 접속 차단 문제는 사실과는 다르며 휴대전화 반납의 경우 지게차가 돌아다니고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는 위험한 작업환경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답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근로감독을 하면서 세부 내역을 살필 것”이라고 했다.

쿠팡과 비교해 CJ대한통운을 질타하는 의원도 있었다.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쿠팡은 로켓배송 시작할 때부터 택배 노동자를 직고용해 업계에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라면서 “반면 타 업체는 쿠팡의 시스템을 차용하지 않고 CJ대한통운의 경우 지주가 마름을 거쳐 소작농을 착취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고 했다.

지난 19일 여당은 잇따른 택배 노동자 사망에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 김범석 쿠팡 대표 등을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엄 쿠팡 전무를 부르는 선에서 정리됐다. 다만 쿠팡 노동자들은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건당 수수료를 받는 일반 택배 노동자와는 달리 직고용 형태라 증인으로서 적합하지 않단 지적이 나왔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 중구 대평로빌딩에서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가 택배 노동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사과문 발표에 앞서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이달에만 택배 노동자 6명 사망…택배 업체들, 대책 마련에 분주

이날 환노위 오전 종합 국감에서는 여야 의원 모두 CJ대한통운과 쿠팡에 날 선 비판을 가했다. 특히 지난 12일 숨진 쿠팡 청년 노동자 장씨의 부모가 국감장을 찾아 여야 의원들에게 자필 편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실제로 환노위 소속 여당 의원들은 점심시간 동안 장씨의 부모와 회동하기도 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택배 기사 과로사 이슈는 중요 현안으로 다뤄지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택배 기사 6명이 격무에 시달리다 숨지거나 목숨을 끊은 만큼 택배 기사 작업 환경이 개선돼야 한다는 데 여야가 뜻을 같이 하고 있다.

지난 8일 CJ대한통운 소속 택배노동자 고(故) 김원종(48)씨가 배송 작업을 하던 중 가슴 통증 등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2일에는 경북 칠곡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인 20대 장모씨가 사망했다. 같은 날 한진택배 동대문지사 신정릉대리점에서 근무했던 김 모(36)씨도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20일에는 CJ대한통운 운송노동자 A씨가 경기도 곤지암허브터미널에서 배차를 마치고 주차장 간이휴게실에서 쉬던 중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같은 날 로젠택배 부산 강서지점에 근무하던 B씨는 경제적 어려움과 함께 사내에서 겪은 부당함을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22일에는 건영택배에서 근무하던 조모(40)씨가 경남 진주 자택에서 쓰러져 뇌출혈로 사망했다.

이에 따라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는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열어 직접 사과문을 발표하며 고개를 숙였다. CJ대한통운은 그동안 과로의 원인으로 지목받아온 물류 분류 작업에 4000여 명의 인력을 투입하고 이를 위해 매년 500억원의 추가 비용을 들인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또 올해 말까지 전체 집배점 대상으로 산재보험 가입 여부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내년 상반기 내 모든 택배기사가 가입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 또한 택배 물류 분류지원인력 1000명을 집배센터별 작업특성과 상황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투입한다고 26일 밝혔다. 한진택배 또한 심야배송을 내달 1일부터 전면 중단하고 이에 따른 당일 미배송 물량은 익일 배송하도록 했다. 또 1000명 규모의 분류 지원 인력을 단계적으로 현장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했다.

2020 국정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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