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투는 2010년 2월 서울 강남구 논현동 동원빌딩에 본점을 둔 젠투코리아를 신설했다. 자본금은 1000만원이다. 사업 목적은 부동산 관련 자문업, 프로젝트 금융 관련 자문업, 경영자문업 등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운용사 대표 A씨는 “일반적으로 해외 운용사들이 국내에 연락사무소를 두고 시장 조사 업무를 맡긴다”면서 “세금 이슈로 드러내 놓을 순 없겠지만, 마케팅 업무에도 활용하는 곳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젠투코리아는 후자로 보인다. 2011년 2월과 7월 연이어 서울 종로구 제일은행본점과 종로타워로 사무실을 옮기면서 ‘종로시대’를 열었다. 젠투가 우리자산운용과 헤지펀드 운용 및 마케팅분야 상호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도 같은 해 9월이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MBC 방송센터 부지 매각 우선협상자로 젠투가 선정된 것도 한 달 뒤인 10월이다.
한동안 신씨가 대표이사를 맡아오다가 2012년 1월 법인 설립 당시 함께 출자했던 김모(41)씨가 대표이사 자리를 넘겨받았다. 같은 해 12월 상호를 ‘차암코리아’로 변경했다. 하지만 계속 영업 중이라는 신고를 하지 않으면서 법원은 2018년 12월 해산으로 간주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법인이 끝내 해산되면서 책임을 회피할 구실이 생겼다고 해석했다. 한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신씨가 젠투와 젠투코리아 모두 몸담고 있었던 만큼, 모든 활동을 분리해 설명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젠투가 국내 운용사가 아닌 홍콩 현지에서 설립된 운용사인 데다, 펀드도 조세 회피처인 영국령 저지(Jersey)섬에 등록돼 있어 자산을 정확히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젠투코리아는 한국 금융당국에 신고나 등록, 인허가를 받지 않았다. 젠투펀드가 역외 펀드로 등록됐을 뿐 젠투가 역외 운용사로 등록된 것도 아니다. 국내 금융당국이나 세무당국 감시망을 벗어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젠투가 국내 투자자들이 가입한 1조3000억원 규모의 채권형 사모펀드의 환매를 모두 연기하면서 불거졌다. 이달 만기가 돌아온 펀드뿐만 아니라, 아직 만기가 돌아오지도 않은 펀드까지 몽땅 원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7월 현재 국내에서 팔린 젠투 펀드 관련 상품의 규모를 회사별로 보면 신한금융투자 3990억원, 키움증권 2625억원, 삼성증권 1400억원, 우리은행 902억원, 하나은행 421억원, 한국투자증권 178억원 등이다.
부랴부랴 국내 금융회사는 물론 금융당국도 신씨 소재를 파악하고 있지만 지난달 말 마지막으로 목격된 이후 홍콩 현지에서도 행방이 묘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씨는 홍콩 현지에 있는 법률 대리인을 선임한 후 그를 통해 판매사와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젠투펀드를 가장 많이 판 신한금융투자 현장검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증선위)와 공조를 위한 절차도 밟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