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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먹거리냐 철강이냐…'차기 D-7' 포스코 안팎 전운(종합)

김은경 기자I 2024.02.01 18:36:57

6명 명단 추린 후추위, 8일 '최후 1인' 공개
'포스코맨' 3인 vs '외부 출신' 3인 경쟁 구도
'철강 vs 신사업' 포스코 내부서도 갑론을박
호화 이사회 논란 여전…국민연금 입장 주목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후보가 6인으로 압축되면서 그룹 안팎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최종 후보 발표를 단 일주일 앞두고 치열한 물밑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그룹 최고경영자(CEO) 후추위는 전날(31일)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8차 회의를 열고 앞서 12명으로 압축한 회장 후보군을 6명으로 추려 명단을 공개했다.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부회장 등 하마평에 오르던 후보들이 대거 제외돼 ‘대이변’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김학동 부회장은 내부 출신으로서 외부 출신 후보와 최종까지 겨룰 것으로 예상했는데 의외의 결과”라고 했다.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권영수, 유일한 ‘이차전지 이력’ 부각

최종 후보군은 ‘외부 출신’ 3인과 ‘포스코맨’ 3인 구도다. 외부 출신에는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과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 우유철 전 현대제철 부회장이 이름을 올렸다. 전·현직 포스코 출신은 김지용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 원장(사장)과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 전중선 전 포스코홀딩스 사장이다. 외부 출신 중 한 명이 포스코 새 사령탑에 오른다면, 1994년 4대 김만제 전 회장 이후 30년 만에 외부 출신 회장이 탄생하게 된다.

후보 면면을 살펴보면 권영수 전 부회장은 국내 이차전지 1위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 CEO 출신이라는 이력이 강점으로 꼽힌다. 포스코그룹이 철강에서 배터리 소재 등 신사업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상황에서 후보 중 유일하게 이차전지 사업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주력 사업인 철강 분야는 자회사인 포스코 CEO에게 맡기고, 지주회사 체제가 된 포스코홀딩스에서 다양한 경험을 무기로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데 유리할 것이란 평가다. 국제 정세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는 만큼 글로벌 감각 역시 권 전 부회장의 주요 강점으로 꼽힌다.

특히 권 전 부회장은 포스코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얻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그를 지지하는 게시글이 다수 올라왔다. 그는 LG에너지솔루션 재임 당시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만드는 등 ‘갓영수’로 불렸다. 또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딱딱한 조직문화를 갖춘 철강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라고 했다.

후보 명단에서 의외의 인물로 꼽히는 김동섭 사장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주력하는 에너지 분야 전문가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 쉘(Shell)에서 20년간 근무하다가 SK이노베이션으로 자리를 옮겨 대전 기술원장·기술총괄사장을 역임했고, 2021년 한국석유공사 사장에 올랐다. 그는 2018년 포스코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된 구자영 전 SK이노베이션 부회장과도 깊은 인연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 전 부회장은 1988년부터 1993년까지 포스코에서 근무했는데, 김 사장을 각별히 아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이날 이데일리와 전화 인터뷰에서 “포스코그룹의 캐시카우(현금 창출원)인 철강 사업과 신성장 동력을 잘 조화시켜 나가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어 (회장직에) 지원하게 됐다”며 “포스코가 이차전지를 포함한 친환경 미래 소재 기업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친환경과 저탄소 에너지 분야에 강점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현대맨’ 우유철 전 부회장은 현대로템을 거쳐 2010년부터 2018년까지 현대제철 부회장을 역임하는 등 현대의 산증인과 같은 인물이다. 철강업에 대한 이해도는 뛰어나지만, 경쟁사 출신이라는 점은 단점이라는 평가다.

내부 출신 장인화 거론…“외풍 영향 적어”

내부 출신 중에는 장인화 전 사장이 주로 거론되는 분위기다. 그는 포스코에서 기술투자본부장과 철강생산본부장, 대표이사 사장 등을 맡았었다. 2018년 최정우 회장 선임 당시 막판까지 경합을 벌였던 만큼 내부 출신 중에선 정치권 압박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전중선 전 사장은 지주회사제 개편 이후 지난해까지 포스코홀딩스에서 경영전략팀장과 대표이사를 맡아왔던 만큼 그룹 경영전략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다. 김지용 원장의 경우 사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는 높으나 ‘호화 이사회’ 건과 연루돼 있어 외풍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관측이 있다.

재계에서는 차기 회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그룹의 정체성이자 본업인 철강 사업과 미래 먹거리인 이차전지 사업 중 한 쪽에 무게추가 실릴 것으로 받아들이는 기류다. 포스코 내부에서조차 어려운 철강 시황 극복을 위해 ‘철강인’이 와야 한다는 의견과 ‘새 인물’이 필요하단 의견으로 갈리고 있다.

외풍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후추위는 포스코그룹 경영 공백이라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선임 절차 완주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국민연금이 별도의 입장을 밝히거나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로 찬반이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포스코홀딩스 지분을 7.25% 보유하고 있다.

한편 후추위는 오는 7~8일 후보자 대상 심층 면접을 진행한다. 8일 오후 후추위와 임시이사회의 결의를 통해 최종 후보를 확정해 공개하고 CEO 후보 선임안을 3월 21일 개최되는 주주총회에 상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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