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가 비싸다더니 결국"…빅히트 4% 하락으로 첫날 마감

권소현 기자I 2020.10.15 16:00:30

상장 첫날 시초가 대비 4.44% 하락한 25만8000원
첫날 650만주 손바뀜…기관·외국인 대거 매도
증권사도 적정주가로 21만~26만원대 제시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대망의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상장일. 직장인 김 모씨는 치열한 경쟁률 탓에 공모주 받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상장 첫날 10주를 매수했다. 상장 첫날 ‘따상’(공모가 두 배로 시초가가 결정된 후 상한가 기록)을 기록하고 적어도 둘째 날까지는 상한가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공모청약 이후 방탄소년단(BTS)이 참여한 ‘세비지러브’ 리믹스 버전이 빌보드 핫100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만큼 주가에 대한 확신은 더 강해졌다.

예상대로 시초가는 공모가의 두 배인 27만원으로 정해졌고 개장하자마자 상한가인 35만1000원으로 치솟았다. 하지만 딱 3분간이었다. 빠른 속도로 손바뀜이 이뤄지면서 ‘따상’이 풀린 이후 30만원선 전후에서 움직이던 빅히트 주가는 결국 시초가 대비 하락세로 거래를 마쳤다. 김 씨는 30만원에 빅히트 주식을 매수해 결국 42만원의 평가손실을 기록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코스피 상장 첫날인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1층 로비에서 빅히트의 상장 기념식이 열린 가운데 방시혁 의장이 기념북을 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5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빅히트는 이날 시초가 대비 4.44% 하락한 25만8000원으로 마감했다. 이날 거래량은 무려 649만여주에 달했다. 특히 개장 8분만에 100만주 거래된 만큼 개장 초 ‘따상’에 처분하자는 투자자들이 상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관투자자와 외국인이 대거 매도에 나섰다. 이날 개인은 2435억원어치 순매수한 반면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82억7000만원, 593억4000만원어치 순매도했다.

올해 기업공개 초대어로 꼽혔던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가 상장 첫날 매물 부재로 각각 69만8000여주, 56만1000여주 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10배 수준이다.

빅히트 첫날 주가 성적표가 부진했던 데에는 일단 공모가 고평가 논란이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 빅히트는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공모가 희망범위 최상단인 13만5000원으로 공모가가 결정됐다.

하지만 공모가가 다소 비싸다는 지적도 일었다. 대부분의 기업은 공모가 산출 시 순이익 대비 시가총액이 몇 배(PER)인지를 기준으로 삼는데 빅히트는 영업이익 대비 시총이 몇 배인지를 봤다는 점, 빅히트의 희망 공모가 산출에 비교대상 기업으로 네이버와 카카오와 같은 콘텐츠 유통업체 뿐 아니라 올들어 주가가 400% 넘게 오른 YG플러스를 포함했다는 점, 보통 지난 1년간 실적을 기준으로 산출하는데 비해 빅히트는 상반기 실적의 2배를 1년 추정치로 사용했다는 점 등이 공모가 고평가 근거로 꼽혔다.

여기에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답지 않게 시장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도 논란거리가 됐다.

이 때문에 기관과 외국인 중 의무보유확약을 걸지 않은 이들이 첫날 대거 내다 판 것으로 보인다. 공모청약에 나선 개인투자자들 중에서도 상장 첫날 ‘따상’을 기록하면 주식을 내다 팔겠다는 이들이 상당했다. 다만 공모주를 받지 못한 개인투자자가 매물을 받아내며 소화했다.

증권사에서도 빅히트의 적정주가를 대체로 20만원대로 제시했다. 이날 빅히트에 대한 분석을 개시하면서 첫 리포트를 낸 한화증권은 목표주가로 26만원을 제시했고 이베스트투자증권은 21만2000원을 적정주가로 산정했다. 현대차증권이 제시한 목표가 역시 23만3000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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