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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 드러낸 폭스콘…25조 몸값 감당 할 수 있을까(종합)

성세희 기자I 2017.03.02 16:31:06

폭스콘 회장, 도시바 인수 자신감 드러내
중화권 업체가 도시바 지분 인수 시 반도체 시장 흔들
일각선 도시바 몸값 높이기 '승자의 저주' 우려

일본 도시바 그룹 전경 (사진=AFP)
[이데일리 성세희 기자] 일본 도시바(東芝) 반도체 사업 부문 인수를 두고 글로벌 업체들간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대만 홍하이정밀공업(폭스콘)을 비롯해 미국 웨스턴디지털(WD), 한국 SK하이닉스(000660) 등 최소 5개 업체 이상이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도시바가 제시한 조건을 충족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도시바가 도시바 메모리의 전체 지분 인수를 희망하는 기업 측에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요구해 인수하더라도 ‘승자의 저주’에 걸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도시바는 경영 프리미엄까지 합쳐 2조5000억엔(약 25조1630억원) 안팎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도시바 인수 야심 드러낸 폭스콘 …업계 “중화권에 넘어가면 위협”

도시바는 지난달 24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경영권을 포함한 반도체 부문 지분 전부를 시장에 내놓을 방침이다. 애초 도시바는 매각할 주식을 20% 미만으로 억제해 경영 주도권을 쥐려고 했다. 하지만 미국 원자력발전사업에 7125억엔의 손실을 보면서 100% 지분 매각으로 방향을 틀었다.

도시바 결정에 가장 먼저 반응한 쪽은 중화권 업체인 대만 홍하이정밀공업(폭스콘)이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통신 등은 궈타이밍(郭台銘) 폭스콘 회장이 1일(현지시간) 중국 남부 광저우에서 열린 신규 디스플레이 공장 기공식에서 “폭스콘이 도시바 반도체 사업 입찰에 확실히 참여하며 (도시바 인수에) 자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궈 회장은 “우리 회사가 인수하리라고 장담할 순 없지만 도시바가 매각 대상자를 결정할 때 고려해야 할 건 돈만이 아니다”라며 “도시바 기술이 전 세계 제품에 판매될 수 있도록 돕는 부분이 폭스콘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궈 회장은 도시바 지분을 얼마나 인수할 예정인지 밝히지 않았다.

도시바가 경영권을 포함해 거액을 요구하는 상황에서도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만약 폭스콘이 도시바 반도체 부문까지 인수하면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기술, 조립과 부품 라인까지 한 지붕 아래 두게 된다.

만약 중국 칭화유니룹과 대만 TSMC 등 중화권 업체가 도시바를 인수하더라도 국내 반도체 업계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반도체 시장에 새로운 경쟁자가 진입하면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지기 때문이다.

이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내에서 기술 유출 등을 우려해 폭스콘 등 중화권 업체의 도시바 인수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면서도 “만약 중화권 업체가 적극적으로 도시바를 인수하면 삼성전자(005930) 등 반도체 업체에 새로운 경쟁자가 생겨 위협이 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반도체업계, 몸값 올리려는 도시바의 꼼수?

일각에서는 도시바가 몸값을 높이기 위해 경쟁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도시바가 일본 언론에 흘린 매각 대금은 무려 25조원이나 된다. 원래 도시바 메모리부문 지분 20% 매각 금액이 3조원대로 알려졌지만 현재 10조원이나 더 뛰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현재 도시바 메모리에 대한 입찰 정보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며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만 정해진 바는 없다”라고 말했다.

하이닉스 등 기존 반도체 업체들이 도시바 메모리의 지분을 인수하면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대규모 투자로 자금 유동성 경색 등으로 이른바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 전자업계는 하이닉스가 적극적으로 도시바 지분을 인수하는 게 반드시 긍정적인 영향만 미친다고 보진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각 업체가 제작하는 D램이나 낸드플래시메모리 반도체는 같은 종류 같아도 내부 설계 구조가 모두 다르다”라며 “도시바가 낸드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기술력 등에서 어느 정도 가치가 있는지 보려면 실사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25조원대는 도시바가 원하는 가격일 뿐”이라며 “입찰 경쟁 업체를 자극해 몸값을 올리려는 행보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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