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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은행지점 304개↓…3년만에 최대 감소폭(종합)

김인경 기자I 2021.04.07 21:00:00

코로나에 비대면 거래 증가 영향
30곳 새로 생길 동안 334곳 폐쇄

이데일리DB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작년 한해 은행 점포 300여개가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비대면 거래가 증가한데다, 은행들도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중복 점포를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비대면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 등 금융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은행 점포 폐쇄 속도에 제동을 걸고 있지만 은행권의 지점 축소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은행 지점, 올해만 304곳 사라져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0년 말 국내 은행의 점포 수는 총 6405개로 집계됐다. 6709개에 이르던 2019년 말보다 304개 줄어든 수치로 2017년(3012개 감소) 이후 3년 만의 최대 감소폭이다. 새로 생긴 점포는 30곳이었지만 폐쇄된 점포는 334개에 달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거래가 급격히 확산하며 모바일이나 인터넷을 통해 은행 업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은행권의 인터넷뱅크 등록 고객 수는 1억7030만명(여러 은행에서 인터넷뱅킹 서비스를 쓰고 있는 중복 소비자 포함)으로 2019년 말보다 7% 늘어났다. 은행들 역시 저금리가 고착화하자 수익성을 살리기 위해 중복 점포를 정리하고 있다.

점포를 가장 많이 줄인 곳은 신한·우리·SC·하나·씨티·국민은행 등 시중은행이었다. 시중은행의 점포 수는 2019년 말 3784개에서 2020년 말 3546개로 238곳 줄어들었다. 개별 은행을 들여다보면 국민은행(79곳)이 점포를 가장 많이 줄였고 하나은행(73곳), 우리은행(53곳)이 그 뒤를 이었다.

국내 은행 점포 수 추이[단위:개, 출처:금융감독원]
지방은행은 같은 기간 933곳에서 889곳으로 44곳의 점포를 줄였다. 부산은행이 점포를 19곳 줄였고 경남은행이 13곳, 대구은행이 9곳을 각각 폐쇄했다.

산업·중소기업·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나 농·수협 등 특수은행은 2019년 말 1992개에서 1970개로 22곳의 점포를 없앴다. 농협이 점포 14곳을 줄였고 산업은행과 수협도 각각 5곳, 3곳씩 점포를 줄였다. 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점포는 각각 635개, 14개로 2019년 말과 동일했다.

점포가 없어진 곳 대다수는 수도권이나 광역시에 몰려 있다. 대도시권의 점포는 2020년 한 해 251곳이 없어졌다. 비(非) 대도시권에서는 53곳이 사라졌다. 다만 대도시권의 전체 점포 수는 4885곳인데 반해, 비 대도시권의 전체 점포는 3분의 1수준인 1520곳이다.

줄어드는 은행 점포에 금융당국도 나서지만…

금융당국은 은행 점포 폐쇄가 금융소비자 보호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비대면 서비스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이 자칫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임원회의에서 “은행 스스로 고객의 금융서비스 이용에 불편이 초래되지 않도록 하는 범위내에서 점포를 축소하는 보다 책임 있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감독 측면에서도 점포 폐쇄와 관련한 금융소비자보호 차원의 감독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금감원은 매해 두 차례, 반기마다 은행 점포 운영현황을 발표할 계획이다. 은행권 역시 은행연합회와 함께 점포 폐쇄로 인해 금융소비자들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점포폐쇄 관련 공동절차’를 마련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은행들의 점포폐쇄 결정에 앞서 폐쇄로 미칠 영향과 대체수단의 여부 등에 대한 내부분석과 영향평가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연령대별 고객분포나 금융 취약계층의 분포, 대체수단의 적합성 평가 등을 통해 비대면 금융서비스에 접근하기 힘든 사람들이 많은 지역에 무작정 점포를 폐쇄하는 것을 막고 있다. 이 평가 절차에는 은행의 소비자보호부서는 물론, 외부전문가도 참여한다.

공동절차는 은행이 점포를 폐쇄하더라도 은행끼리 창구업무를 제휴하도록 하거나 ATM기나 STM 등을 운영해 금융소비자들의 불편을 없애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아울러 점포 폐쇄 최소 3개월 이전부터 총 2회 이상 고객에게 통지하도록 해 갑자기 은행 업무를 보러 왔을 때 헛걸음하는 일을 방지할 계획이다.

하지만 비대면 시대의 확장 속에 은행점포 폐쇄는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 시중은행은 올 상반기에만 약 20여 곳의 영업점을 닫을 전망이다. 비대면·디지털을 강조하는 추세 속에서 영업점을 유지하기엔 인건비나 운영비, 점포 임차비 등이 막대하다는 이유에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방문객이 적은 곳은 하루 10~20명 안팎의 고객이 방문할 정도”라며 “은행이 오프라인보다 디지털 위주로 변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점포를 줄이는 분위기 자체를 바꾸긴 어렵다”라면서도 “은행과 증권, 프라이빗뱅커(PB)센터 등을 묶어 거점을 구축하게 하거나 화상 상담 서비스를 마련하는 등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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