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중 요청 `모르쇠`…이재명·이낙연, `벼랑 끝 대치` 치달아

이성기 기자I 2021.07.27 16:24:31

`밀리면 끝장 vs 여세 몰아 뒤집기` 계산에 강대강 대결
`정권 심판론 vs 정권 유지론` 비등 훈풍에 찬물 우려
당 원로 유인태 전 사무총장 "반반 책임" 꼬집어

[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당 지도부의 만류도, 당 선거관리위원장의 경고도 통하지 않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 간 날선 신경전이 강도를 높여가며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다. `여기서 밀리면 안 된다`는 이 지사 측과 `여세를 몰아 뒤집자`는 이 전 대표 측이 벼랑 끝 대치로 내달리고 있는 형국이다. 당 안팎에선 모처럼 `정권 심판론`과 `정권 유지론` 간 격차가 좁혀지는 시점에서 두 주자 간 이전투구로 다시 민심이 등을 돌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왼쪽)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 (사진=연합뉴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양 캠프 측은 전날 이상민 당 선관위원장의 네커티브 공방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상대를 향한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이 위원장은 전날 경선 후보 캠프 총괄본부장 연석회의에서 “최근 상호 공방은 당 내외에서 매우 우려스럽다는 지적이 많다”며 “선 넘은 볼썽사나운 상호 공방을 즉각 멈춰달라”고 경고한 바 있다.

캠프 주요 인사들은 이날도 `고(故) 노무현 대통령 탄핵`과 `백제 발언`을 두고 설전을 이어갔다.

이재명 캠프 수석대변인인 박찬대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누구도 지역 비하 얘기를 꺼낸 적이 없고, 이낙연 캠프에서 꺼냈다”며 “지역 비하는 고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평생을 걸고 극복하고자 했던 내용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이에 맞서 이낙연 캠프 종합상황본부장 최인호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이 지사 인터뷰 전문을 다섯 번 정도 다시 읽어봤는데, 특정 지역 불가론 인식을 분명히 드러냈다”며 “지역주의에 기초한 선거 전략을 가졌다는 의구심”이라고 반박했다. 탄핵 진실 공방을 거듭 제기하는 것을 두고서도 “정치적 양심을 걸고 반대했다고 명확히 수차례 밝힌 것을 거짓말로 몰고 가고,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소환해 네거티브하는 것에 대해 대통령을 모신 비서 출신으로서 상당히 유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 안팎에선 두 캠프 모두 더 이상의 소모적 공방은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당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이 지사가 그런 (지역주의) 뜻은 아니었다고 보는데, 그런 트집을 잡힐 오해를 살 만한 말을 한 것도 사실”이라며 “(둘 다) 반반 책임이 있다”고 꼬집었다.

정세균 캠프는 당과 예비 후보들의 협약식을 계기로 후보 검증단을 공식 기구로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캠프 대변인인 조승래 의원은 논평을 내고 “당의 공식 기구가 경선 과정에서 철저한 검증을 통해 시시비비를 명백히 밝혀야 한다”면서 “거짓 흑색선전과 필수적인 검증은 구분돼야 하며, 당이 공식성을 갖고 검증단을 구성해야 경선이 네거티브전으로만 치닫는 것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당 선관위는 싱크탱크 민주연구원과 공동으로 28일 오전 제20대 대선 `원팀`(One-team) 협약식을 개최한다. 선관위 측은 “후보들 간 공정 경쟁 실천과 깨끗한 선거 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민생 의제, 미래지향적 이슈 등으로 정책 비전 경쟁을 다짐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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