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공감과 연대 필요한 시대”...서점가서 편지 에세이 뜬다

김은비 기자I 2021.09.16 21:00:00

"연애편지 훔쳐보듯, 호기심 자극"
내밀한 이야기로 작가들 색다른 매력 보여줘
코로나19 시대 새로운 소통 창구 역할도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작가들이 편지 형식으로 쓴 ‘편지 에세이’가 서점가 독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연애편지를 훔쳐보듯, ‘남들 사이에 오간 편지’를 보는 것이 독자들의 본능적 호기심을 자극한다는 분석이다. 이슬아·남궁인 작가가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문학동네 웹진에서 연재한 편지 에세이 프로젝트는 연일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으며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 10개월 가량 연재한 편지를 엮은 책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도 지난 7월 출간 1주일만에 1만부 넘게 판매되며 인기를 증명했다.

연이어 창비에서도 지난 6월 29일부터 9월 7일까지 독자들에게 메일로 편지를 보내는 뉴스레터 형식으로 ‘언니에게 보내는 행운의 편지’를 연재했다. 정세랑, 김혼비, 이반지하 등 최근 출판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성작가 20명이 참여한 프로젝트로, 작가들이 나이·국적·시대를 넘어 각자 떠올린 ‘언니’에게 편지를 보내는 컨셉이다. 프로젝트는 구독자 1만6000명을 모집하고 누적 조회수 20만회를 기록하며 큰 반응을 얻었다. 창비는 오는 17일 ‘언니에게 보내는 행운의 편지’를 책으로 출간한다.

편지 에세이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작가들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독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간다. 문학동네에서 서간 에세이 시리즈를 기획한 이연실 편집자는 “에세이는 작가 본인의 이야기를 하는 장르인데, 한 작가가 매번 새로운 얘기를 끄집어내는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편지 형식을 하면 두 작가의 세계가 만나 완전히 다른 새로운 작품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았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최지수 창비 편집자 역시 “편지 형식 특성상 작가가 개인적이고 내밀한 얘기를 더 많이 털어놓으면서 독자들에게 가까운 언니처럼 다가가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책을 출간하기 전 연재 형식으로 편지를 한편씩 공개한 것도 인기 이유로 꼽힌다. 최 편집자는 “뉴스레터 형식으로 메일함에 편지를 한편씩 보내니 독자들이 꼭 내가 편지 수신인이 된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는 반응을 많이 보였다”고 반응을 전했다. 이미 모두 공개된 글이어서 책 판매율이 떨어지진 않을까 우려도 있었지만 오히려 좋은 마케팅 수단이 되기도 했다. 이연실 편집자는 “연재를 재밌게 읽은 독자들이 글을 소장하고 싶다며 책을 구매하거나, 선물을 하기 위해 실제 책 구매로까지 이어진 사례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이전에도 편지 형식 에세이가 있었지만 특히 최근에 더 주목을 받은 건 코로나19 영향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대면 소통이 힘든 상황에서 말을 거는 듯한 편지 에세이가 새로운 소통 창구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김성신 출판 평론가는 “‘공감과 연대’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맺고자 하는 사회적 관계의 핵심이자 특징”이라며 “코로나19 시대에 편지 에세이는 공감과 연대가 구체적으로는 어떻게 이뤄지고, 그로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