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사망 94% 중소기업...‘중대재해법’ 경영 리스크만 ↑

박민 기자I 2020.11.30 17:36:24
24일 오후 전남 광양시 금호동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박민 기자] 근로자가 숨지거나 다수의 피해자를 낸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와 법인(기업)의 처벌을 크게 강화한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안’(이하 중대재해법)이 예방적 대책보다 사후 처벌 위주로 되어 있어 실효성이 낮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산업재해가 발생하기 쉬운 환경에 놓인 중소기업의 경우 기업의 리스크만 높여 회사 존립 자체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현재 국회에는 강은미 정의당 의원,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중대재해법이 계류돼 있다. 강 의원 법안은 사망 사고 발생 시 사업주에게 최소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5000만∼10억원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돼 있다. 박 의원 안은 사망 시 사업주에게 2년 이상 징역 또는 5억원 이상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정돼 있다. 두 안 모두 법인(기업)에게는 1억원 이상 2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법인(기업)이 안전 의무를 소홀히 했다면 매출액의 10%까지 벌금을 물릴 수 있는 가중처벌 조항도 뒀다.

이번 법안의 특징은 모두 기존에 있던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보다 처벌 수위를 크게 높였다는 점이다. 산안법은 사업장 안전·보건 책임을 책임자급이나 관리자에게 위임해 놓는 경우가 많아 경영책임자 등은 처벌받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 중대재해법은 도급, 위탁의 경우에도 그 형식을 불문하고 실질적인 사용자(사업주 및 경영책임자)가 처벌받게끔 했다. 추가로 영업허가 취소·정지 등 제재도 받을 수 있다.

과도한 처벌 규정은 본래 목표였던 대형 재해를 예방하기보다 산재가 집중된 중소기업에게 경영 피해만 가중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중기중앙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사고 사망자 855명 중 94.4%인 807명이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서 발생했다. 이 중 77.2%인 660명은 50인 미만 소기업에서 사망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산재발생 요인의 절반 가량은 근로자의 지침 미준수에 따른 과실”이라며 “그러나 근로자의 과실여부와 상관없이 무조건적으로 사업주 처벌만 강화하는 것은 산재예방의 실질적 대안이 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올해 초 개정 시행된 산안법이 사업주 벌금형을 강화한 상황에서 중대재해법까지 만들어지면 이중으로 처벌받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대부분의 사고가 복합적 원인에 의해 발생하고 있음에도 정부가 사고원인을 심층적·종합적으로 진단하지 않고, 사고의 모든 책임을 사업주와 원청에게 일방적으로 지우는 구조로 대처하고 있다”며 “그동안 다친 직원에게 산재 처리해 주면 ‘괜찮은 사장님’ 소리를 들어왔는데 이제는 구속될 처지를 걱정해야 할 판”이라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계에서는 관련 법안이 중소기업 폐업을 부추기는 등 부작용만 키울 것이라며 법안 제정을 반대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재무구조나 시설, 인적 한계로 현재의 안전 규정 준수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이번 법안 제정은 기업활동만 위축시키는 ‘과잉 규제’”라며 “기업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질적으로 산재를 예방하고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는 안전관리 강화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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