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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돈 언제 돌려받나‥착오송금구제법 또 불발

김인경 기자I 2020.11.26 15:57:03

여야 발의에도…정무위 법안1소위서 결국 계류
"외국에도 사례 없어" "민사영역, 국가직접 구제 무리"
21대 첫 정기국회 내달 9일 끝나…올해 재논의 힘들듯
"비대면 확산에 따른 피해인 만큼, 설득 이어갈 것"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계좌번호를 잘못 쓰거나 송금액에 0을 하나 더 붙여 송금하는 등의 ‘착오송금’ 사례가 점점 많아지고 있지만, 잘못 송금한 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착오송금구제법은 여전히 표류하고 있다. 20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데 이어 올해도 또다시 법안이 계류됐기 때문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4일 열린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는 ‘예금자보호법 일부법률개정안(일명 착오송금법)’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올해 정기국회 처리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윤재욱 국민의힘 의원과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이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의원은 “세계적으로 이런 입법 사례가 없다”라면서 “사적인 영역에 공적(예보)인 서비스가 어느 선까지 개입하는 게 맞는가, 한계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고민이 들었다”라고 설명했다. 권 의원 역시 개인간의 법률(민사) 영역에 국가가 직접 구제하고 대리 소송하는 것은 다른 법리 체계와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정무위 법안소위는 만장일치가 관행인 만큼, 13명의 의원으로 구성된 법안1소위에서 두 명의 의원이 반대를 표하며 결국 법안은 계류됐다.

착오송금은 돈을 보내는 사람이 은행 등 송금처나 수취인의 계좌번호 혹은 금액 등을 잘못 입력해 이체된 거래를 뜻한다. 버튼을 두 번 눌러 이중으로 입금된 경우도 있다. 스마트폰을 통해 송금하는 경우가 빈번해지며 착오송금도 증가하는 추세다.

물론 현재도 피해자 개개인이 은행에 반환 신청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반환 신청을 한다고 해도 이 중 돈을 다시 찾는 경우는 절반(신청건수 기준 52.9%)에 불과하다. 잘못 보낸 수취인에게 연락을 하기도 힘들고, 연락을 해도 반환을 거부하면 방법이 없는 탓이다. 소송을 제기하면 돌려받을 수 있지만 착오송금의 평균 금액이 20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소송비가 더 많이 든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착오송금구제법안이 발의됐다. 구제를 신청하면, 일단 80%를 정부예산과 금융권 출연금으로 선지급하고, 나중에 정부가 회수하는 내용이 골자였지만 자칫 도덕적 해이가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 법안은 폐기됐다.

21대에서는 이보다는 한발 물러선 구제책들이 나왔다. 정무위 야당 간사인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수취인을 몰라 착오송금 구제를 못 받는 경우가 가장 많다는 점을 착안, 통신사나 금융사, 행정기관 등에서 수취인의 연락처를 직접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내놓았다. 여당 간사인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착오송금자에 사후 정산을 하는 조건으로 예보가 소송을 대리해주는 법안을 발의했다. 그럼에도 국회의 문턱을 또다시 넘지 못했다.

김병욱 의원실 관계자는 “법안이 정치적 성향을 띈 것도 아니고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디지털화가 가속하는 만큼, 피해를 보는 서민들에 대한 구제책을 마련하자는 취지”이라면서 “반대 의견을 낸 의원들을 지속적으로 설득해 보겠다”고 말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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