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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몰 입구서 ‘딩동’ ‘딩동’…“백신, 반강제로 맞아야 할 판”

조민정 기자I 2022.01.03 16:20:40

유효기간 첫날, 업데이트 안 해도 '딩동'
방역패스 만료 563만명…미접종자 처지
미접종자·2차 접종 만료자 '불만' 여전
노인 "휴대폰 갖고 있어도 다루기 어려워"
일각선 "오미크론 기승에 어쩔 수 없는 조치"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백신을 반강제로 맞을 수밖에 없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건 불합리한 거 아닌가요?”

학원에서 근무하는 조모(25)씨는 4일 코로나19 관련 방역패스가 만료된다. 화이자 2차 접종을 마친 지 6개월이 다된 시점에 백신패스 유효기간이 시행된다는 소식에 조씨는 3차 접종 날짜를 급하게 예약했다. 지난달 말 3차 접종을 받을까 망설였지만 연말 모임이 많은 탓에 미뤘던 게 후회되기도 했다. 그는 “내일부터 바로 미접종자가 되니까 어쩔 수 없이 가장 빠른 날짜로 예약했다”고 토로했다.

3일 오전 방역패스 유효기간 적용 첫 날 서울 용산구 대형쇼핑몰 입구에 전자출입명부를 인식하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사진=조민정 기자)
“업데이트 하세요”…노인, 직원이 직접 해주기도

3일부터 방역패스 유효기간이 적용되면서 2차 접종 후 6개월이 지난 접종 완료자는 미접종자와 같이 시설 이용이 제한된다. 방역패스 유효기간은 2차 접종 후 14일이 지난 날을 기준으로 6개월까지로 2일 기준 만료 대상자는 563만명이다. 지난해 7월 6일 이전에 접종을 마쳤다면 영화관·공연장, 유흥시설, 노래연습장(동전 노래방 포함), 실내체육시설 등 17개 업종에 입장할 수 없다.

방역패스 유효기간 적용 첫날을 맞아 이데일리가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형쇼핑몰을 찾아보니, 방문객 다수가 예방접종 인증 전자증명서인 ‘쿠브(COOV)’의 접종정보 업데이트를 하지 않아 ‘딩동’ 알림음이 연속해서 울렸다. 유효기간이 적용된 QR코드를 인식하지 않으면 ‘딩동’ 소리가 나고, 접종 정보를 업데이트 했다면 ‘접종 완료자입니다’라는 음성이 나온다.

앱 업데이트를 하지 않은 시민들은 직원의 안내로 현장에서 접종 정보를 업데이트하기도 했다. 이에 입장 대기줄이 길어져 쇼핑몰 입구마다 사람들이 줄을 서기도 했다. 출입명부를 담당하는 안내 직원은 “QR코드 업데이트 안 하면 이제 못 들어가요. 파란색 테두리 뜨는 거 없으면 안 되는데 어차피 다른 곳도 이거 없으면 막혀서 그냥 여기서 하시는 게 좋아요”라며 입장객에게 방침을 설명하기도 했다.

나이가 많아 전자기기 활용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노인들은 대부분 방역패스 방침을 현장에서 접했다. 서점을 방문한 70대 김모씨는 직원에게 QR코드 업데이트 설명을 들었지만 이해를 하지 못해 직원이 직접 해줬다. 김씨는 “딸이 QR코드를 연결해줘서 몇 번 하긴 했는데 이게 또 시간이 지나면 뭘 하라고 하니까 뭔지 모르겠어”라며 “나이 드니까 솔직히 휴대폰 쓰긴 해도 이런 거 하라고 하면 어렵지”라고 한숨 쉬었다.

지난해 12월 31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QR코드 전자출입명부를 인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미접종자·만료자 “책임 전가”vs정부 “방역패스 중요”

정부는 현장 혼선을 대비해 9일까지 계도기간을 주고 해당 기간 동안 과태료는 부과하지 않기로 했지만 방역패스 만료 대상자와 미접종자들 사이에선 불만이 나오고 있다.

부작용이 두려워 백신을 맞지 않은 직장인 민모(27)씨는 “백신패스가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반문했다. 민씨는 “솔직히 미접종자와 유효기간 만료자들한테 백신 접종시키려고 책임 전가하는 것 같다”며 “백신 접종률이 지금 충분히 높은데 남은 백신을 맞게 하려는 것 같다. 위중증 환자를 관리하는 대책 먼저 내놓는 게 우선이지 않나”라고 꼬집었다.

회사에서 접종을 강권해 울며 겨자 먹기로 2차 접종을 완료했다는 허모(30)씨는 “처음엔 PCR 음석확인서를 받아서 매번 갖다 냈는데 이것도 한계가 있다. 선별진료소에 사람이 많아져서 퇴근하고 음성확인서 받기도 힘들더라”라며 “정부가 반강제로 맞을 수밖에 없도록 환경을 조성하는데 매우 불합리하다”고 했다.

반면 불편하긴 해도 코로나19의 변이인 오미크론 감염자 대부분이 백신 미접종자인 상황으로 알려져 방역패스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차 접종완료자인 신모(55)씨는 “백신을 자주 맞아야 하는 게 좀 꺼려지긴 했는데 오미크론이 기승을 부리니 백신효과가 떨어지기 전에 맞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든다”며 “유효기간도 언제까지인지 몰랐는데 업데이트 하니까 앱에 잘 나와서 생각보다 편리하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여전히 방역패스 도입이 확진자 수를 줄이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지금 미접종자의 위중증·사망자가 53%인데 중환자실 등 고도의료체계 절반이 미접종자에게 할애되고 있다”며 “방역패스를 도입하지 않으면서 확진자 수를 통제하고 의료체계를 안정시킬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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