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화웨이 때리기에 새우등 터지는 韓

배진솔 기자I 2020.09.14 17:25:19
[이데일리 배진솔 기자] 우리 기업들은 15일부터 미국 정부의 허가 없이는 중국 화웨이에 반도체나 디스플레이를 공급할 수 없게 됐다. 미국 상무부의 화웨이 제재가 발효된 데 따른 것이다. 타격이 불가피한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034220) 등은 기업 차원에서 미국에 수출 허가 요청을 보냈거나 검토 중이다. 하지만 미국의 허가 승인만을 기다리고 있기에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생태계에 미칠 파장이 작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대기업들은 자사가 납품하는 부품이 미국의 제재안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파악하고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이에 비해 중소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체는 기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중소기업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더 클 수밖에 없다.

미국은 단순히 기업들에게 한 단계 추가된 절차를 거치게 해 화웨이에 부품 전달을 복잡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다. 본질적으로 미국이 쥔 정보기술(IT) 패권을 중국이 추격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중 갈등으로 인해 국내 기업의 불확실성이 상당 기간 지속될 수도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되는 이유다.

이 때문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계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가 미국과 협상에 나서달라고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다. 정부에 해외 다른 기업들의 동향을 보고하기도 한다. 국내 소부장 업체들에게 웨비나(웹과 세미나의 합성어)를 통해 미국의 화웨이 제재안을 설명하고 피해 규모를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부 차원에서 연쇄적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소부장 업체를 도와 반도체·디스플레이 생태계를 유지시키는 지원책을 펴야 한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손을 놓고 있기엔 우리 기업들이 감내해야 할 부담이 작지 않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질 것 같다는 푸념이 업계에서 나온다.

우리는 지난해 일본 정부가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수출규제로 옥죄었을 때 정부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소부장 분야에서 전화위복을 경험한 바 있다. 이번에도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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