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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저승사자' 합수단 부활 기지개…정경유착 수사 재개 촉각

하상렬 기자I 2022.03.28 17:29:42

檢, 금융·증권범죄협력수사단 직제화 인수위에 요청
인수위 긍정 반응…증권범죄합동수사단 재가동 전망
라임·옵티머스 사태 등 여권 인사 연루 재수사 이목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대검찰청이 차기 정부에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협력수사단(협력단) 직제화를 요구하면서 한때 ‘여의도 저승사자’라 불리며 증권·금융가를 벌벌 떨게 했던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 부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합수단이 재가동될 경우,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 등 그간 정경유착 사건으로 의심을 받아 온 대형 금융 범죄 수사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오수 검찰총장(왼쪽 네번째)이 2021년 9월 1일 오전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서 열린 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 출범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여의도 저승사자’ 합수단 부활

28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대검은 지난 24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금융범죄 중점 검찰청인 남부지검을 중심으로 출범한 협력단이 현재 비직제화 상태인데 정식 직제화 추진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요청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수위에 따르면 이 같은 요청은 ‘불법 공매도’ 근절 방안 중 하나였다고 한다. 이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증권 범죄 수사에서부터 처벌에 이르는 전 과정 개편과 제재의 실효성 강화를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출범한 협력단은 비직제로 운영돼 인력 구성이 제한적이고, 직접 수사권도 없어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검 의견처럼 협력단이 정식 직제화될 경우 직함뿐이 아닌 정식 단장을 임명할 수 있고, 소속 검사와 수사관 등 인력도 대거 충원할 수 있다. 또 직접 수사권도 부여될 가능성이 커 사실상 과거 합수단의 역할을 그대로 계승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3년 증권·금융범죄 중점청인 서울남부지검에 설치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국세청 파견인력 등 50여 명 규모로 운영된 합수단은 주가 조작·미공개 정보 이용 등 증권 관련 불공정거래 행위 사범을 대거 적발하며 ‘여의도 저승사자’로 명성을 떨쳤다.

하지만 합수단은 6년여 만에 자취를 감췄다. 추미애 전 법무장관은 지난 2020년 1월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을 대폭 축소한다는 명분으로 합수단을 해체했다. 당시 합수단은 대규모 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야기한 라임자산운용 사건과 신라젠 경영진의 미공개 정보 이용 사건 등 규모가 큰 사건을 맡고 있었다. 일각에선 라임·신라젠 사건에 여권 유력 인사의 비리 의혹이 제기되자 합수단을 폐지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권 유력인사 연루의혹 사건 수사에 힘 실릴 듯

합수단 폐지 이후 검찰의 금융 관련 범죄 사건 처리율은 눈에 띄게 감소했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해 자본시장법 위반 관련해 총 61건의 수사를 금융위로부터 의뢰받아 17건만 처리했다. 나머지 44건은 처리하지 못한 채 올해도 수사를 이어 가고 있다. 2016~2019년 사건 처리율이 86%(294건 접수 254건 처리)에 달했던 것과 비교해 크게 떨어진 수치다. 합수단이 폐지된 2020년에는 58건을 접수해 8건을 처리하는 데 그쳤다.

법조계에선 합수단이 재가동되면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 등 여권 인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대형 금융 범죄 수사에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한다. 합수단은 일단 현재 남부지검에서 진행 중인 사건을 이어받을 가능성이 크다. 남부지검은 라임 사태 배후로 지목된 부동산 시행사 메트로폴리탄 김영홍 회장에 대한 수사를 비롯해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 원종준 전 라임자산운용 대표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검찰은 이들 라임 일당으로부터 로비를 받은 의혹을 받는 김영춘 전 국회 사무총장, 기동민·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합수단이 서울중앙지검에서 진행 중인 옵티머스 수사를 넘겨받을 지도 관심이다. 중앙지검은 옵티머스 지분 9.8%를 보유하고, 배우자가 옵티머스 이사였던 이모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의 뇌물수수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검찰은 지난해 옵티머스 로비스트를 현직 부장판사에게 소개해 줬다는 의혹을 받은 당시 김진국 청와대 민정수석 등 여권 인사들을 무혐의 처분하면서 이 전 행정관 수사는 계속 진행한다고 했지만, 1년 6개월째 사건 관계인 조사조차 진행하지 않으며 ‘뭉개기’ 논란을 빚고 있다.

전문가들은 합수단이 과거 위상을 되찾기 위해선 구성원들의 전문성 강화는 물론 수사 절차 단순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다년간의 증권 범죄 수사 경험이 있는 검찰 출신 변호사는 “ 증권·금융 범죄 수사 경험이 있는 수사 관계자들을 대거 충원해 범죄 대응 능력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검찰과 유관 기관의 ‘협력 라인’도 되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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