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안 그랬는데"…과도한 레버리지에 발목 잡힌 '젠투'

이광수 기자I 2020.07.08 16:36:56

젠투, 설립 초기 보수적인 운용 추구
"판매사 요구 맞추려 레버리지 일으켰을 가능성 있어"
대규모 환매 연기 원인 놓고 의혹만 커져

[이데일리 이광수 유현욱 조해영 기자] 국내 금융투자업계인들이 기억하는 과거의 젠투파트너스(Gen2 Partners, 이하 젠투)는 지금과 달랐다. 과도하게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구조로 설계돼 1조3000억원의 대규모 환매연기를 발생시켰지만, 설립 초기에는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운용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금융채 장단기 마진 운용으로 시작한 젠투

2011년 젠투와 거래를 검토했던 금투업계 관계자는 “당시에는 운용규모(AUM)가 그리 크지 않았고 실력 있는 헤지펀드로 알려져 있었다”며 “대표가 국내 증권사 출신으로 국내 금융기관들의 채권을 가지고 현지에서 운용했고, 당시에는 정상적으로 운용됐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장기채권을 사서, 단기로 쪼개 팔아 마진을 얻는 운용 형태였다는 게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한 채권형 펀드 매니저는 “상품 만기와 자산 만기의 미스매칭(불일치)를 통한 운용”이라며 “다만 만기 시점에서 새로운 상품 가입자가 없으면 유효하지 않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대외적으로 금융채와 선진국 국채 등을 담는 것으로 돼 있고, 만기가 짧아 꾸준히 투자 수요가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2016년 Apac Investment Awards 에 소개된 젠투파트너스
업계 관계자들은 그 무렵 젠투파트너스의 운용전략이 바뀐 것으로 추정한다. 최근에 1조3000억원 규모로 환매연기의 원인이 된 펀드들도 레버리지를 5배 일으킬 수 있는 구조로 설계돼 있는데, 리스크가 과도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내 운용업계 관계자는 “추측이지만 레버리지를 쓰게 된 이유가 판매사에서 요구하는 수익률을 맞춰주기 위함일 수 있다”며 “그 결과가 좋았으니 1조원 이상 팔려나갔고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국면에 대규모 환매연기 사태가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커지는 의혹…신기영 대표만 바라보는 금투업계

업계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위험을 고려해도 1조3000억원 규모의 환매 연기는 납득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채권 펀드 매니저는 “젠투 펀드의 환매 연기가 처음으로 발생한 시점이 지난 2월이었다”며 “이때는 코로나19 영향이 채권 가격에 본격적으로 반영되지 않았을 때로 실제 편입된 자산에 대한 의구심이 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환매 연기 시점이 이르다는 의혹이다. 업계에서는 젠투가 홍콩 현지 금융사에서 대출을 받으면서 전체 운용 규모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하는 ‘운용자산 회수조건’을 맺은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금투업계의 이목은 신기영(영문명 카일신) 대표의 입에 쏠려있다. 판매사조차 대규모 환매 연기가 발생한 구체적 원인을 파악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신 대표와 연락이 잘 닿지 않는다는 소문이 돌면서 잠적설 마저 떠도는 상황이다. 판매사 관계자는 “전화나 이메일로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원활하지 않지만 연락이 안되는 상태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10여 년 전부터 홍콩에서 비즈니스를 한 만큼 신 대표를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다. 신 대표와 같은 증권사에 재직했던 한 관계자는 “현대증권과 굿모닝신한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했고 킹덤캐피털 한국 사무소에서도 일했다”며 “제도권에서 제대로 배우고 정상적인 운용을 학습했던 사람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2009년에 설립된 젠투파트너스는 지난 2011년 국내 기관투자가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부지 입찰에서 KB국민은행보다 더 높은 가격을 써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다. 결국 자금 조달에 실패하면서 우선협 지위를 잃긴 했지만 자본시장의 큰 손인 새마을금고와 당시 대형증권사였던 현대증권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축하면서 국내 기관 네트워크를 대외적으로 입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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