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익 줄었는데”…성과급 달라며 파업 나선 현대제철 노조

김은경 기자I 2024.02.22 17:48:47

22일 양재동서 확대 간부 파업 벌인 노조
실적 악화에도 ‘현대차 동일 성과급’ 요구
성과급 400%+격려금 1300만원 제안도 거절
철강시황 악화 속 파업 생산 차질·손실 우려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철강업계에 파업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현대제철 노사가 지난해 임금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한 채 아직도 대치 중인 가운데 노동조합이 또다시 파업 카드를 꺼내 들면서다. 지난해 철강 시황 악화로 영업이익이 급감했으나 노조는 여전히 현대차 수준의 특별성과급을 요구하며 회사 측과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현대제철 당진 제철소.(사진=현대제철)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004020) 노조는 이날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사옥 앞에서 확대 간부 파업을 벌였다. 이번 상경 투쟁에는 약 50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확대 간부 파업 후 단체행동 강도를 점차 높일 예정이다.

현대제철 노조는 지난해 9월 임단협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 조정을 신청, 합법적 파업권을 확보해 둔 상태다. 이후 교섭을 재개하고 상견례를 진행하는 등 협의에 진전을 보였으나, 계속된 의견차로 해를 넘겨서까지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기본급 18만49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과 영업이익의 25% 성과급 지급, 각종 수당 인상, 하기 휴가 및 산정 휴일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 측은 수익성이 악화한 상황에서 이 같은 제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기본급 △10만2000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성과급 400% △격려금 1300만원 지급 등의 내용이 담긴 임협안을 내놓으면서 “글로벌 철강 시황이 좋지 않아 고로사업본부 영업이익이 지난해 비해 상당히 급감했다”고 밝혔지만, 노조를 설득하는 데는 실패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철강 시황 악화로 연간 매출이 전년 대비 5.2% 감소한 25조914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8073억원으로 전년 대비 50.1% 감소하며 반토막 났다. 사측은 노조의 총파업 돌입을 우려하고 있다. 올해도 좋지 않은 업황이 이어지고 있어 파업 시 생산 차질로 인한 실적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앞서 노조는 2022년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며 충남 당진제철소 사장실에서 점거 농성을 벌였고 당진제철소에서 게릴라 파업을 진행했다. 이 탓에 고로 제품 생산량이 전년 대비 5.1% 감소했고 실적에도 큰 충격을 미쳤다.

올해 철강사들은 중국발 저가 제품 공습과 원자재 가격 상승에 더해 고금리와 물가 인상에 따른 전반적인 경기 침체로 건설, 가전 등 전방 수요가 되살아나지 않으면서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조는 단체행동을 개시하며 사측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나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회사 측과 극적 합의에 성공해 파업 계획을 철회한 포스코 사례처럼 현대제철 역시 노사 간 상생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결국 회사가 이익을 내야 장기적으로 직원들의 이익으로 돌아오는 만큼 업황이 좋지 않은 시기에는 노사가 서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제철 냉연 제품.(사진=현대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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