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인터넷 먹통 단선사고, 광케이블-굴착기 위치정보 결합해 막는다

임유경 기자I 2024.05.09 16:49:19

굴착기 기사에 50미터 반경 광케이블 위치 알람
해당 지역 KT 담당자에도 주의 문자 발송
광케이블 하나 단선에 2만 회선 먹통…피해 감소 기대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KT가 굴착기 공사 과정에서 통신 케이블이 끊어져 수만 가구의 인터넷이 먹통되는 사고를 막기 위해 국내 중장비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HD현대건설기계·HD현대인프라코어의 중간지주사 HD현대사이트솔루션과 협력한다.

굴착기 기사가 작업을 시작할 때 KT 통신 케이블 위치정보에 기반한 주의 메시지를 기사 앱에 보내 사고 위험을 낮추는 솔루션을 공동 개발했다.

KT는 HD현대의 건설기계부문 중간지주사 HD현대사이트솔루션과 ‘지능형 통신 케이블 보호 시스템’을 9일 도입했다고 밝혔다.

양사가 개발한 ‘지능형 통신 케이블 보호 시스템’은 굴착기 운전자와 지역 담당 KT 직원에게 경고해 통신 단선 사고 전 발생 가능성을 미리 알려준다.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 굴착기에 탑재된 텔레매틱스 기능이 굴착기의 GPS 위치 정보를 KT의 선로 관리 플랫폼 ‘아타카마’로 전달하고 아타카마가 광케이블 위치를 실시간으로 체크하는 방식으로 동작된다.

KT와 HD현대사이트솔루션이 산업 데이터를 융합해 통신 케이블 단선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솔루션을 공동 개발했다.


HD현대건설기계 굴착기는 이동을 끝내고 작업을 시작할 때 원격 관리 플랫폼 ‘하이 메이트’로 위치 정보를 자동으로 전달한다. 굴착기가 KT의 광케이블 쪽으로 50미터 이내 접근하면 자체 고객 서비스 ‘현대 커넥트 앱’이 이를 운전자에게 알려준다. 이 내용은 해당 지역을 담당하는 KT 직원에게 동시에 발신되고, KT 직원은 즉시 출동해 공사 현장 책임자 또는 운전자에게 공사 일시 중지를 요청한다.

HD현대인프라코어 굴착기의 경우 운전자가 ‘마이 디벨론’으로 ‘지중 매설물’ 조회 시 굴착기의 GPS 정보가 아타카마로 공유돼서 반경 50미터 이내 통신 케이블 유무를 확인한다. 마이 디벨론은 HD현대인프라코어가 운영하는 건설기계 종합 서비스 플랫폼이다. 장비 위치, 가동 시간, 가동률, 연비 등과 같은 세부 사항을 볼 수 있다.

광케이블 매설 지역에서 굴착기 공사가 시작된다는 알림은 해당 지역을 관할하는 KT 담당자에게도 전달된다. 어느 위치에서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지표시돼 사고 위험이 있을 경우 즉시 출동할 수 있게 됐다.



지능형 통신 케이블 보호 시스템이 개발되기 전에는 KT가 전국 건설기계개별연명사업자협의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굴착기 운전자가 ‘광케이블 지킴이’를 이용하도록 독려해 통신 단선 사고를 예방했다. 광케이블 지킴이는 공사 관계자가 인근에 광케이블이 매설돼 있는지 간편하게 확인하는 앱이다.

KT는 광케이블 지킴이를 건설기계 운전자가 직접 설치하고 조회 기능을 활용해야 한다는 부분과 공사라는 업무 특성상 작업자가 조회하는 과정을 생략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보완해 지능형 통신 케이블 보호 시스템을 기획했다.

양사는 이번 솔루션 도입으로 광케이블 파손에 따른 사회적 손실 비용 및 복구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날 서울 우면동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송창석 KT인프라기술담당 상무는 “광케이블 하나에 연결된 고객 수가 2만 개를 넘고, 광케이블이 끊어졌을 땐 다시 붙이려면 굉장히 정교한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복구에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광케이블 단선 사고가 상당한 피해를 일으킨다고 짚었다.

그는 “KT에서만 연간 271건 정도의 굴착기에 의한 단선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며 “지난 2월에도 서울 한 축산물 시장 앞에서 굴착공사 중 통신케이블이 단선돼 2만1000 회선의 서비스가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고 심각성을 강조했다.

양사는 솔루션 고도화도 준비중이다. 최계현 HD현대사이트솔루션 팀장은 “자동제어를 통해 파손을 방지할 수 있는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했다. 사전에 광케이블 위치 확인하고 협의한 경우가 아니라면, 굴착기가 아예 동작하지 않게 솔루션을 고도화한다는 설명이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지능형 통신 케이블 보호 시스템을 바탕으로 전기, 상수도, 하수도, 가스, 난방, 송유관 등 각종 지하시설물을 보호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하기 위해 정부 기관 및 관련 기업과 협업하고 있다. 또한 굴착기가 공사 도면을 받고 기준면을 따라 시공하는 ‘머신 가이던스(Machine Guidance)’ 기술을 응용해 지하 시설물이 감지되면, 해당 시설물 위치를 굴착기 내 화면에 띄워 알려주거나 자동 제어를 통해 파손을 방지하는 기술을 향후 도입한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 디지털융합기술부문장 김판영 전무는 “KT와의 데이터 융합 기술 개발 협업이 통신 케이블 단선 사고를 예방하고 안전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앞으로도 사회에 더 많은 가치를 가져다 줄 수 있는 기술개발에 힘쓰겠다”고 전했다.

KT 네트워크기술본부장 구재형 상무는 “통신 단선 사고는 요즘 같은 디지털사회에서 단순한 통신 서비스 중단을 넘어 사회 전반의 시스템을 마비시키는 큰 피해를 야기한다”라며, “KT와 HD현대사이트솔루션이 협업해 이종 산업의 데이터 결합으로 만든 지능형 통신 케이블 보호 시스템은 통신의 안정성을 비롯해 건설업 종사자에게도 불필요한 비용 부담과 공사 기간 지연을 방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