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협회가 민원도 처리? 與 보험업법 개정안 발의

김인경 기자I 2021.04.12 21:00:00

김한정 의원, 보험협회가 민원·분쟁 일부 해결하도록 법안 내
금융민원 60% 보험 몫…금투·여신은 이미 협회가 민원업무
금감원, 생보·손보협회와 3월 '민원 효율적 처리' TF꾸려
"민원 담당하려면 신뢰 쌓여야..세부 의견 조율할 것"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지난해 가을 갑상선절제술을 받은 이 모씨는 수술이 끝나자 실손보험을 청구했는데 오히려 보험을 해지당했다. 보험사는 이씨가 보험가입 전 비염 등으로 통원치료를 한 사실을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며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들었다. 이씨는 보험에 가입할 때 ‘단순 처방을 위한 병원 진료는 고지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약관을 근거로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넣었다. 하지만 금감원은 ‘밀린 민원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석달째 답을 주지 않고 있다.
[이미지투데이 제공]
단순한 민원은 협회가…與, 보험업법 개정안 발의

보험업은 금융권에서도 민원이 가장 많이 빗발치는 곳이다. 자동차보험이나 실손보험, 생명보험 등 보험 종류부터 워낙 많은 데다 약관 해석이나 사건 이해 등에 따라 다양한 판단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금감원에는 사소한 고지·통지의무와 관련한 민원, 질문, 건의 등이 쏟아지는데 비해 인력은 한계가 있다.

이처럼 금융감독원이 하던 보험 민원처리와 분쟁 조정 업무를 보험협회로 이관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다. 민원 처리 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어 소비자 불만과 불편을 낮출 수 있다는 이유다. 반면 소비자들이 제기한 민원을 보험사들의 모임인 협회에서 제대로 중재하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1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한정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생명·손해 보험협회가 보험업권의 민원을 처리하고 분쟁 자율조정 및 상담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보험업법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한정 의원실에 따르면 2019년 보험업계 민원(5만1184건)은 전체 금융민원(8만2209건)의 62.3%에 달한다. 최근 5년간(2015~2019년) 금융민원 중 보험업권의 민원은 꾸준히 60%를 넘길 정도다.

지난해 역시 생명·손해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보험사에 접수된 민원은 6만8148건에 달한다. 손보사에 접수된 민원은 2019년보다 11.8%(4000여건) 증가했고 생보사의 민원 역시 1.9%(500여건) 늘어났다.

민원이나 분쟁조정이 늘어나 쌓이다 보면, 당연히 해결속도가 지연된다. 현재 보헙업법에서는 보험의 민원 및 분쟁처리 등은 금감원만 처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금감원의 2019년 금융민원의 평균 처리기간은 24.8일으로 2018년에 비해 6.6일 증가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김한정 의원실 관계자는 법안발의 취지에 대해 “단순한 민원이나 고지, 질의 등은 협회에서 전담하고, 복잡하고 논란 가능성이 있는 분쟁을 금감원이 담당하는 방식이라면 금융 소비자들은 더 빠르고 신속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펀드 등을 다루는 금융투자협회나 저축은행, 카드 등의 협회인 여신전문협회에서는 이미 협회 차원의 민원처리가 일반적이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및 ‘여신전문금융업법’에 근거해 분쟁조정이나 민원 상담 업무 등을 협회에서 맡고 있다.

금감원, 보험협회와 TF구성…“신뢰부터 얻어야”

금감원도 보험업권과 지난달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보험 민원의 효율적 처리를 위한 개선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협회가 일부 민원업무를 이행하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며 “협회가 소비자 민원 업무 등을 처리한다면 권한도 있어야 할텐데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이미 금융투자업계나 여신업계에서 일부 소비자 민원을 처리하거나 업체끼리의 갈등을 조율하는 기능을 맡고 있는 만큼 보험업도 비슷한 업무는 처리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금감원 역시 보험협회에서 스스로 처리할 수 있는 단순 민원이나 회원사의 갈등 중재 등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협회 가입사인 보험사끼리의 분쟁이나 설계사와 보험사의 다툼 등은 협회에 맡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험금 지급 분쟁 등 이해관계가 치밀할 수 있는 영역은 협회 자체적으로 처리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험협회가 소비자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을 지가 관건”이라며 “보험 민원을 넣거나 분쟁을 제기하는 소비자들이 협회의 중재기능을 믿을 수 있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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